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개월 이상 준비해 온 '부동산 종합대책'의 세부안이 오는 31일 발표된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을 놓고 볼 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주연(主演)은 세제 강화를 포함한 수요 억제책이지만 이를 보조하는 조연(助演)이 없어 미완성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확실한 공급 대책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새로운 공급대책 '미흡' 당정이 지금까지 내놓은 공급 대책은 △판교 중·대형 아파트 10%(3200가구 안팎) 확대 △수도권 주변 국·공유지(100만평)의 택지 활용 △강북 광역개발 등이다. 문제는 이들 대책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판교는 중·대형 아파트 전체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공급돼 품질 저하가 우려되면서 강남 수요를 흡수하지 못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북 광역개발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강남 수요를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강남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인 재건축의 경우 되레 집값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부작용 때문에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을 게 확실시되고 있다. ◆시장에 공급 시그널 주는 게 중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종합대책에 수요 억제책뿐 아니라 '확실한 공급 확대 방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고 결국 공급부족 우려로 이어져 애써 마련한 이번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아무리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시행되더라도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 안정은 어렵다"며 "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시장의 확신이 없을 때 생기는 가격상승 기대 심리를 세제만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 주택 시장은 (강남 등) 국지적인 수급 괴리가 문제"라며 "단기적인 부작용에 집착해 공급 확대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추상적인 공급 확대책이 나오면 시장은 공급확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만큼 어디에 언제 어떤 주택을 짓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공급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집값 불안이 여전한 대도시의 경우 멸실 주택을 차감한 순수 증가분이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도시 주택공급 정책은 신규 분양보다 도시 전체의 재고물량 관리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규택지 확보 방안에 관심 이런 점에서 24일 열리는 7차 당정협의회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종합대책을 마지막으로 사전 점검하는 자리인 데다 신규택지 확보 방안도 함께 논의되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특히 정부가 지난 5·4대책을 통해 내놓은 대도시 주변 공공택지의 용적률 상향 조정 방안 외에 추가 신도시 건설 방안 등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투기가 발생하는 근본 요인인 수급 불균형 해소 방안이 없는 투기 대책은 시장을 왜곡시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강남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신도시를 개발하고 집값이 안정세로 전환된 뒤에는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해 추가 공급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현수 코오롱건설 상무는 "최근 주택 가격은 결국 땅값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며 "민간의 택지 개발을 활성화시켜 공공과 민간의 건전한 경쟁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승환 연세대 교수는 "이번 대책의 윤곽을 보면 기본적으로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도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금이 부동산 시장을 축소 경영해야 할 시점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