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기업에 지상낙원처럼 여겨졌던 중국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으로 급격히 변해 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적인 진출로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거의 전 부문에서 공급과잉을 배경으로 가격파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TV 냉장고 등 가전시장에서 시작된 '저가 전쟁'은 노트북 PC 휴대폰 자동차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시장으로까지 번져 중국 진출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 사진 : 한때 기업들에게 천국처럼 여겨졌던 중국시장은 이제 저가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격전지로 바뀌고 있다.TV 냉장고 등 가전시장에서 시작된 ‘저가 전쟁’은 노트북 PC 휴대폰 자동차 등으로 번져 중국 진출기업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중국내 현지법인 10곳 중 7곳이 적자를 내면서 전체적으로 39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삼성전자도 가전 내수부문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반전됐다.


베이징현대자동차와 대우인터내셔널의 중국 제지법인은 2003년까지만 해도 10~20%를 웃돌던 영업이익률이 올 들어 한자릿수로 급락했다.


모두 가격파괴 경쟁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선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다반사다.


중국의 용산상가로 통하는 베이징 하이롱빌딩 매장에서 거래되는 노트북 PC 가격은 최근 한달새 중국 업계에서 마지노선으로 불려왔던 6000위안(1위안=약 125원) 선이 깨졌다.


중국 최대PC업체인 롄샹은 불과 한달 전 여름철 판촉시즌이 시작될 때 "노트북 PC 가격은 6999위안이 마지노"라고 강조했지만,며칠 뒤 5999위안으로 낮아 졌다.


이달 들어선 4999위안까지 내려온 상태다.


휴대폰시장은 더 심각하다.


베이징의 유명 유통업체인 다중전기 CCTV탑 점 1층의 삼성전자 휴대폰 매장에는 30만화소 카메라 기능을 갖춘 휴대폰에 '2388위안⇒1988위안'이라는 할인 표시가 붙어 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같은 1층의 중국업체 롄샹 매장에는 카메라 해상도가 이보다 훨씬 높은 200만 화소급 최신형 GSM 휴대폰이 1999위안에 진열돼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제조회사인 팬택의 중국법인 허재창 부장은 "신규업체의 저가 공격으로 시장질서가 무너지는 형국"이라고 하소연했다.


가전분야는 레드오션(출혈경쟁 시장)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


에어컨은 400개사가 난립해 생산능력이 내수의 2배를 훨씬 넘어 연간 700만대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1위 에어컨 업체지만,저가 물량에 치여 중국시장에서는 4~5위에 머물고 있을 정도다.


중국 가전업체인 커롱은 저가경쟁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최근 도산했다.


특히 위안화 절상은 가전업계의 수출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이어서 내수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고수익 사업이었던 자동차산업도 세계적 업체들이 거의 모두 중국시장에 '올인'하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2003년만 해도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돌았으나 지금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시장의 공급과잉이 구조적이라는 데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900개 주요 공산품의 70% 이상이 만성적인 초과공급 상태다.


이로 인한 파장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최근 조사한 중국 상장사 100대 대기업의 수익성에 그대로 드러난다.


100대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2003년 85%에서 지난해에는 39%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아직은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것은 앞으로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 등 잠재수요를 발굴하고,첨단 기술에서 나오는 고가 상품에서 한발 앞서 나가 시장을 선점하는 속도전을 펼쳐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소비층을 찾아 중소도시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