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의 최대 라이벌은 체이스맨해튼은행이 아니라 IBM이다."(월터 리스턴 전 씨티은행 회장) "은행 지점은 앞으로 10년 내에 모두 없어질 것이다."(보스턴 금융연구소 제임스데이 이사) e금융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말이다. 이처럼 IT 시스템은 금융회사의 지급결제를 담당하는 기반 인프라의 위치에서 금융회사의 사업성공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IT 시스템은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복합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도 매년 수천억원씩을 들여 IT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권 사활을 건 IT 투자 은행들은 e금융서비스 강화에 사활을 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올해 IT 투자규모(운영비 포함)는 2400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현재 운영하는 전산 기능을 대폭 개선하는 등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차세대 전산시스템 준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도 올해 1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IT 투자에 책정하고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 연구·개발(R&D)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CMS(기업자금관리 서비스)와 포털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IT 투자경쟁은 수익성 향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IT투자 확대와 은행산업의 수익성 간의 관계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이 지금껏 IT투자 확대가 은행수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마케팅도 IT로 업그레이드 금융사들은 영업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IT를 바탕으로 한 '신무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이동식 여신 마케팅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노트북 컴퓨터 160여대를 고객전담역들에게 지급했다. 이 시스템은 산업은행의 대출상품과 기업들의 신용정보는 물론 담보여부 대출규모 대출기간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거래조건에 따라 현장에서 즉시 적용금리를 산출할 수 있는 금리설계 '시뮬레이션' 기능까지 갖췄다. 이를 통해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춘 최적의 상품과 대출조건을 현장에서 제시,상담에서 의사결정까지 보통 2~3일이 걸리던 대출영업을 즉석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전국 영업점의 모든 VIP룸에 화상상담 시스템을 구축,매일 오후 2시간 온라인 화상을 통해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와 전국 영업점의 판매직원 또는 투자자가 동시에 상담을 벌이고 있다. 금호생명은 최근 인터넷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다이렉트 쇼핑몰'을 개설하면서 각종 궁금증을 상담원과 메신저로 실시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나섰다. 보험상품 가입과정에서 궁금증이 생길 경우 종전엔 e메일을 발송하고 장시간 응답을 기다리거나 전화로 질의를 해야 했지만, 이 쇼핑몰에서는 상담원과 메신저를 통해 즉석에서 대화할 수 있다.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다. 전화로 주문받던 수준에서 벗어나 메신저나 채팅서비스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서민 금융기관들도 e-금융의 조류에 처지지 않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기존 시스템을 한층 개선,화상대출 상품과 시스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점포를 찾아가지 않고도 인터넷화상을 이용해 간편하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일부 대금업체는 PC방 연합체와 손잡고 일부 지역 PC방에서 대출담당 직원과 고객이 화상상담을 통해 30분 만에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