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주 주가가 레벨업되고 있다. 2분기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반영되고 있지만,이보다 근본적으로는 최근 은행주 상승이 중장기적인 리레이팅(재평가) 국면의 초입에 진입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4차례에 걸쳐 진행된 국내 은행들의 구조조정 흔적이 최근 경영지표 곳곳에 묻어나기 시작했다.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해있는 수익성과 자산 레버리지,이익 변동성 등은 가장 대표적인 구조조정 성과다.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1990∼2003년) 국내 은행들의 ROE는 3.8% 수준으로 선진국 은행들의 평균치 13.7%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카드사태 등을 거치면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 결과 올해의 경우 17.8%가 예상되는 등 글로벌 수준의 수익성에 근접하고 있다. 은행 간 외형 확대 경쟁에 따라 급증했던 자산 레버리지도 2004년 말 현재 18.5배 수준으로 떨어져 과거에 비해 위험도가 낮아진 상태다. 2003년까지만 해도 극심한 변동폭을 보인 은행주들의 실적도 지난해부터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은행주들의 주가가 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이에 대한 반영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최근 은행주의 턴어라운드는 단순한 충당금 부담 완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격변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간 데 따른 결과물이며,시장이 이런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은행의 적정 밸류에이션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은행의 적정 ROE는 15∼20% 범위로 판단된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의 경우 1.5∼2.4배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은행주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일부에선 가격 부담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에게 은행업 평균 PBR 1.3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은행들의 주가 수준이 과연 비싼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은행주의 리레이팅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지난 상반기 은행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 기조와 맞물려 성장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에 다소 악화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도 지난 1분기를 바닥으로 뚜렷이 회복되는 국면이다. 또 자산건전성 지표인 총연체율도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 또 하나 언급할 것은 올해 상반기가 지방은행의 1차적인 리레이팅 기간이었다면,하반기는 이 같은 분위기가 대형 은행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시기가 될 것이란 점이다. 단기적으로 대형은행과 지방은행 간 밸류에이션 격차가 현격히 좁아져 있거나 추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병준 신영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