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에서 면바지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해온 한국 중소기업 A사는 지난 2일 날벼락같은 소식을 접했다. 미국이 수입 쿼터를 부과하고 있는 중국산 섬유제품 가운데 면바지를 포함한 5개 품목의 쿼터가 이미 100%를 초과해 미국 세관의 통관이 중단됐으니 대미 수출을 중지하라고 중국 상무부가 긴급 통지해 왔기 때문이다. A사의 사례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의 리스크가 얼마나 빨리 커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A사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중국의 수출 급증으로 불거진 무역마찰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수입제재를 받고 있는 일부 중국 섬유업체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제3국을 경유한 우회수출을 시도하는 일도 적지 않다. 한국의 해운업체 B사는 최근 칭다오에 나와 있는 한 섬유업체로부터 은밀한 부탁을 받았다. 중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찍어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내보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중국 상무부가 이 같은 우회 수출업체를 색출해 명단을 공개키로 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을 잘 아는 B사로선 중국사업을 접을 수도 있는 위법사항이기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현지 외국기업의 수출 리스크는 섬유업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신발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 것은 이곳에 대거 나와 있는 한국 신발업체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의 철강 수출 급증을 들어 일부 중국산 강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도 강 건너 불 구경할 입장이 아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반덤핑 제소를 가장 많이 받는 국가다. 중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현지 외국기업들이 맡고 있는 현실에서 무역마찰로 인한 중국의 수출 타격은 외국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