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종가(宅配宗家)' 한진이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진두지휘자는 지난해 2월 취임한 이원영 대표(61).올 상반기 대한통운을 제치고 한진을 2위 자리에 올려놓더니 내친 김에 '업계 1위' 현대택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진은 지난 92년 '파발마'란 브랜드로 국내 처음 택배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97년 현대택배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99년에는 대한통운에도 추월당했다.


'이보다 더 자존심 상할 일은 없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단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 투수' 역할을 맡은 이 대표의 첫 일성(一聲)은 "최초가 최고라야 하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였다. 그는"한진이 국내 택배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인 만큼 최고 자리를 재탈환하기 위한 공격 경영을 서두르라"고 주문했다.


취임 4개월 만에 택배업무 개선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공격적인 경영에 착수했다.


해마다 농림부의 양곡 240만포씩 택배키로 하는 3년짜리 계약을 따내면서 대한통운이 독점해 온 관급 물량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서적 음반 등 저가 택배 시장도 훑었다.


그 결과는 지난주 발표된 올 상반기 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났다.


이런 약진에는 조양호 그룹 회장의 서릿발 같은 독려가 밑거름이 됐다.


작년 10월 4위사인 CJ GLS로부터 추월당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한진 담당 임원들이 책임지고 짐을 싸야 했을 정도.조 회장의 각별한 관심 덕분에 한진은 56억원을 들여 배송 직원들을 무선 PDA로 무장시켰고,260억원을 투자한 대전 물류센터도 내년 9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는 한진그룹이 60주년을 맞는 해.택배 1위의 자존심 되찾기를 위한 이 대표의 분투는 '진행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