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대책 쟁점] (下) 2주택 양도세 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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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종합대책'에 포함될 부동산 세금 인상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다.
집 두 채를 가진 가구수가 전국에 100만가구를 넘을 정도로 많은 데다 실효성 논란도 뜨겁기 때문이다.
정부는 2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집값을 잡는 데 즉효약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의 양도세율을 50~60%로 올리면 이들이 불필요한 집을 내다팔아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당장 집값을 떨어뜨릴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으로 집값 폭등을 부를 수 있다고 걱정한다.
지난 '5·4대책'에서 보듯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서울 강남 등 급등지역 집값은 못 잡고 엉뚱하게 강북 등지의 집값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도세 2~3배 인상으로 '철퇴'
정부는 그동안 1가구3주택 이상 소유자부터 중과해 온 양도세를 앞으로는 2주택 소유자에게도 중과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중과세율은 50%와 60%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현재로선 60%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1가구3주택자의 양도세율은 현행 60%에서 70%로 올라갈 공산이 크다.
양도차익 금액에 따라 9~36%의 누진세율을 적용받아 온 2주택자가 60%의 단일세율로 무거운 세금을 맞게 되면 세 부담은 지금보다 2~3배 이상 늘어난다.
예컨대 1가구2주택자가 지난 4년간 5억원의 차익을 남긴 아파트를 팔 때 지금은 1억4790만원(주민세 10% 포함)의 세금만 내면 되지만 60% 중과세 적용 후엔 2억9551만원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강북만 떨어질라
1가구2주택자에게도 양도세가 중과되면 비(非) 인기지역에서만 주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대개 2주택 소유자들은 서울 강남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에만 2~3채가 있을 수도 있고 강남에 한 채,강북이나 수도권에 한 채씩 나눠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한 채를 판다면 그동안 집값이 덜 올랐고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적은 집을 먼저 팔 게 뻔하다.
강북 등 비인기지역 집만 팔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2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방침이 나온 지난 '5·4 대책' 직후에도 서울 강북과 수도권 변두리에만 매물이 쌓여 그 곳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의도대로 강남 등에서도 매물이 나와 집값이 안정되게 하려면 2주택자의 주소지와 주택보유 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며 "막연하게 양도세만 올렸다간 강북 집값만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복수' 집값 폭등 부를 수도
정부가 1가구2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한다는 것은 사실상 '집은 가구당 한 채씩만 가지라'는 메시지다.
그런 점에서 신규 주택의 공급 위축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여유 있는 1가구2주택 이상 소유자들이 분양 아파트 등을 흡수해 전세를 주거나 되파는 등 시장 형성 기능을 해온 게 현실이다.
그런데 2주택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면 그 같은 기능이 위축되고 결국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80%를 겨우 넘어 여전히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 집은 계속 필요한데 신규 주택 공급이 줄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2주택자 세금 중과가 당장은 집값을 잡을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론 주택 공급 축소로 집값이 되레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세금이 '시장의 복수'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