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시도될 때 대주주가 저가로 신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포이즌 필'(Poison Pill:독약 처방)'제도 도입이 본격 검토된다. 또 전체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만 과실에 대해 면책을 받을 수 있는 이사의 책임 요건을 완화하고 자본의 50% 이상을 적립해야 하는 현행 법정준비금의 한도도 25%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달 28일 발족한 뒤 24일 사실상 첫 전체회의를 여는 법무부 산하 '상법 회사편(회사법) 개정특별분과위원회(이하 개정특위:위원장 정동윤 변호사)'는 이 같은 제도들의 도입여부를 정식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기업 자금조달과 지배구조 개선 방안 총집결 개정특위는 투기적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장악기도를 막기 위해 포이즌 필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포이즌 필 제도를 법에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적대적 세력이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발행주식의 20% 이상을 매집할 경우 대주주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신주를 대거 인수, M&A 시도를 저지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두식 변호사는 "회사별로 도입을 결정하는 주체와 기준만 분명하다면 우리나라도 포이즌 필 제도를 실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주주평등의 원칙을 저버리는 제도라는 반대론과 도입하더라도 여러 제약을 둬야 한다는 제한론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이즌 필과 함께 경영권 방어에 이용될 수 있는 '황금주 제도'도 개정특위에서 정식 의제로 선정됐다. 황금주는 단 한주의 주식만으로도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거부권을 행사,중요 의결 사항이 실행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상법에 자본금의 50%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법정준비금을 25%로 낮추고 기업의 특정사업을 분리,주식을 발행하는 트래킹 (Tracking)주식과 복수의결권·의결권제한 주식,무액면주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과실이 없는 일부 불법행위까지 손배책임을 지게 한 이사 책임 한도를 경감하는 등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비등기 이사를 집행임원으로 명문화하자는 안도 의제에 포함되어 있다. 기업경영에서 비등기 이사들의 영향력이 커질수 있음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해마다 회사법 개정 법무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개정특위를 통해 나온 안을 바탕으로 회사법 개정초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방대한 작업물량을 감안, 앞으로 수년간 개정특위를 운영해가며 해마다 회사법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회사법 개정 업무를 총괄하는 안상돈 법무부 상사팀장(부장검사)은 "과거와 달리 이번 개정 작업에는 법무부가 거의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며 "개정특위에서 결정되는 내용의 대부분을 법무부 안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