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나 자녀가 갖고 있는 주택과 나대지를 모두 합쳐 누진 과세하겠다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방침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부부합산 과세가 혼인한 사람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많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존 판례도 '위헌' 쪽으로 기울어 있다. 2002년 8월과 2005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는 "혼인했다는 이유로 조세 부담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헌법 제35조 1항에 어긋난다는 해석이다. 특히 부부합산 과세가 위헌 결정이 난 마당에 부부에다 자녀까지 더해 세금을 중과하는 '가구별 과세' 방안은 위헌 소지가 더 크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가구별 합산과세가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5조 3항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부소장(변호사)은 "우리 헌법은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를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한 정책이 위헌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혼자를 차별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가구별 합산과세로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혼인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을 너무 많이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헌법재판소의 기존 판례가 부동산이 아닌 '금융 소득'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도 합헌의 논거로 제기되고 있다.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금융 소득은 부부가 결혼 전부터 갖고 있었는지,혼인 후 취득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부동산은 취득 시점이 분명해 가구별 합산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판례에 매달려 미리 위헌을 점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금융계 관계자는 "위헌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가구별로 합산할 경우 주택소유 현황 파악 등에 엄청난 행정 비용이 드는 데다 비(非) 강남권 주택가격이 폭락해 정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우려도 있는 만큼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