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사람이 아닌 '컴퓨터'의 힘에 의해 크게 출렁거리는 전형적인 조정장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가운데 기관들이 선물과 현물 가격 차이에 따라 컴퓨터가 기계적으로 주식을 사고팔도록 해놓은 프로그램이 매수·매도를 반복하면서 지수 등락폭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24일 증시에서도 프로그램은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틀 전 장 막판 지수를 2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던 프로그램은 이날은 정반대로 4500억원 이상의 매물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지수를 20포인트 이상 끌어내렸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1080선과 1130선 사이에 갇혀 헤어날 기미가 없다"며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것 같으면 프로그램 매물이 나와 하락하고,하향 돌파할 것 같으면 프로그램 매수로 상승하는 식의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런 장세에서 단기 추격 매매로는 실익이 없다"며 "기관이나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분석한 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매 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프로그램 매물 충격을 매수 기회로 삼아라


한상수 동양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프로그램이 시장을 뒤흔들 때는 오히려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이유는 이렇다.


프로그램은 주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몰리는데 매수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면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프로그램 매물은 '시장가'로 체결되기 때문에 받아줄 세력이 없으면 호가를 낮추며 낙폭을 순식간에 키운다.


이날 지수가 한때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 전형적인 예다.


그러나 프로그램으로 떨어진 주가는 반대로 복원력도 강하다.


특히 펀더멘털(내재가치)이 우수한 블루칩들은 낙폭이 커진 사이 기관이나 외국인 매수가 붙어 반등세로 이어진다.


한 본부장은 "실제 기관들의 경우 프로그램으로 주가가 단기 충격을 받을 때마다 우량주를 계속 저가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민재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장기 상승 추세가 훼손되지 않는 한 적립식 펀드의 경우 조정시 매수하면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이런 때 간접투자에 나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역발상 투자전략을 활용하라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시장 조정으로 투자자들이 동반 매도할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는 역발상 전략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실적 우량주 중 주가가 시장과 함께 조정받은 종목들이 대상이다.


이와 관련,장재익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 펀더멘털은 우수하지만 고점 경신 후 단기 하락률이 컸던 종목이나 아직 과거의 120일 최고가를 회복하지 못해 상승 여지가 있는 종목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해당 종목으로 한국전력 코오롱 삼성중공업 팬택 한진해운 넥센타이어 디아이 등을 꼽았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과 양호한 수급 여건을 갖춘 종목을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국민은행 외환은행 LG생활건강 태평양 한진중공업 한화석화 현대백화점 제일모직 LS전선 삼성테크윈 등을 이런 종목들로 제시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