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참여정부 앞으로 2년반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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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오늘로서 정확히 반환점을 돌고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무엇을 이루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갈 것인가.
지난 2년반에 대한 정부 여당과 국민들의 평가에는 너무도 큰 괴리(乖離)가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건 국민들은 지금 무엇보다 경제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대통령은 연정(聯政), 과거사 등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 이슈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현실이다.
국무총리는 며칠 전 참여정부 전반기 성과와 후반기 역점 과제를 말했다.
돈 안쓰는 선거혁명, 권위주의 청산 등 10가지를 전반기 주요 성과로 자평하고, 경제활성화, 부동산투기 근절 등 10가지를 후반기 역점과제로 제시했다.
경제활성화를 첫 번째 과제로 꼽은 것은 그나마 민심을 읽은 결과인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지역주의 해소, 과거사 청산 등 열거된 나머지 9가지 과제들까지 임기 후반기에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욕심을 내는 것을 보면 얼마나 경제활성화에 매진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청와대의 자체평가는 반성보다는 아예 변명에 치우친 느낌이다.
청와대는 오히려 국민들에게 세 가지 이해를 촉구했다.
가시적 성과를 가져오기에는 2년반이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 미래와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 달라는 것, 그리고 국내의 인색한 평가와는 달리 국제평가기관은 정부의 이런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 등이다.
그러면서 완벽한 정부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들의 이해 부족을 문제삼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모습이다.
이런 식의 평가라면 차라리 안하느니 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남은 2년반에 대한 기대조차 주저하게 만든다.
이대로 가면 정권이 끝나고서도 지난 5년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너무도 짧았다고 할 게 뻔하다.
미래를 말하지만 과거에 집착한 것은 정작 누구였던가.
전체의 이익을 도모한다며 균형 논리만을 고집하다가 경제주체들의 역동성(力動性)이 상실되고 있다는 것은 왜 깨닫지 못하는지,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오고 세계 각국의 성장 레이스에서 우리만 뒤처지고 있는 현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래 가지고는 정말 안된다.
높은 체감 실업률 등 생활경제 고통지수가 4년 만에 최고치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마저 꺾는대서야 말이 아니다.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경제회복이다.
앞으로 남은 정치일정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간은 냉정히 계산해 보면 채 1년도 안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외 경제환경마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변수다.
다른 것은 제쳐 놓고라도 치솟는 국제유가로 인해 에너지 위기가 현실로 닥친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또다시 이것저것 벌일 때가 아니다. 경제살리기, 이 한 가지에만 전념해도 될까말까한 그런 위기 상황임을 정부 여당이 먼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2년반 동안 정부 여당에 더도 말고 딱 세 가지만 주문하고 싶다. 무엇보다 미래로 눈을 돌려야 한다. 남들은 미래를 향해 어떻게 하면 경제를 활성화할지 고민하고 지혜를 짜내기 바쁜데 우리만 과거에 파묻히고, 여기에 정치게임마저 더해져 분열과 반목(反目)을 일삼는다면 그 결과는 너무도 자명하다. 그리하다간 초라한 모습으로 낙오하게 될 것이다. 실질성장률도 그렇지만 미래의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을 무엇보다 심각히 인식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이것은 기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투자부진이 이대로 더 지속되면 경기회복은 더 지체될 것이고, 미래의 성장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투자가 살아나야만 일자리도 늘어나 소비회복도 그만큼 견고해질 수 있다. 기업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투자가 부진하다는 식의 한가한 소리를 정부가 하고 있을 때가 절대 아니다.
출자총액제한,수도권 규제 등 핵심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거나 완화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마지막으로 시장원리를 존중한 경쟁촉진 등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는 일도 시급하다.
경쟁이 죽고 기업가 정신이 사라져 역동성을 잃게 되면 성장은 정체되고 이익의 파이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파이가 줄어드는데 균형이니 복지니 분배니 외쳐본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남은 2년반 동안 더 이상의 시행착오(試行錯誤)는 제발 없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