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짐에 따라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낮은 출산율이 최근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맞물릴 경우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국의 인구구조가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일하는 사람은 적고 부양할 사람만 많은' 전형적인 저성장 구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저'로 추락한 출산율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04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출산율(15∼49세인 가임여성 한 명당 평균 출생아수)은 1.16명으로 미국(2.04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웃돌아 충격에 빠진 일본(1.29명)보다도 낮은 출산율이다. 더구나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최근 들어 출산율이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만 '저출산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도 9.8명으로 사상 처음 10명 아래로 떨어졌다. 산모 연령별로는 20대 후반의 출산율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25∼29세 산모 1000명당 출생아 수는 작년에 104.6명을 기록,1년 전(112.3명)에 비해 7.7명이 줄었고 30년 전인 74년(276.4명)에 비해서는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연도별 신생아 수는 1974년 92만4000명에서 지난해 47만6000명으로 줄었다. 출생아 수는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는 5.1명으로 전년도와 같은 수준을 유지,인구 자연증가율(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것)은 2003년 5.1명에서 작년엔 4.7명으로 줄었다. 김동회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이런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2년부터는 한국의 전체 인구가 감소세를 나타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성장동력이 꺼져간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결국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의 인구조회국(PRB)도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노년층은 늘고 일할 사람은 감소하면서 경제위축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PRB는 경제적 풍요를 유지하기 위한 출생률을 2명 수준으로 제시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시대의 정책적 실패가 저출산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출산율이 2명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 83년 출산정책을 억제 위주에서 장려 위주로 바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김 장관은 이어 "저출산은 국가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 외에 특별한 유인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연말까지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