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어를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올 여름 '쿨비즈(COOL BIZ) 운동'을 벌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쿨비즈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상의를 입지 않는 비즈니스 정장을 뜻하는 신조어인데,이 운동으로 냉방비가 줄어 우리 돈 2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남방차림으로 정부 공식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은 인상적이기까지 했다. 가을이 다가오자,이번에는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웜비즈(WARM BIZ) 운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웜비즈는 와이셔츠 위에 조끼를 입고 외출할 때는 모자와 머플러를 착용하는 정장이라고 한다. 옷을 가볍게 하는 쿨비즈와는 달리 웜비즈는 겹겹이 껴입고 가능한 몸을 가리는 것이다. 공무원과 공기업체 직원들이 솔선수범해 새로운 정장 패션으로 유행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의류업체들이 다투어 패션쇼를 준비하는 것만 봐도 유행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따지고 보면 남성정장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다. 연미복은 20세기 들어 예복으로 입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까지는 평범한 시민들의 평복이었다. 지금의 남성정장은 산업혁명 이후,부르주아 계급이 자기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짧은 재킷에 긴 바지,하얀색 셔츠,넥타이를 맨 것이 그 시초였다. 프랑스 혁명 이전에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었고 조끼는 길었으며 목에는 스카프를 둘렀다. 최근 들어서는 넥타이를 거부하고 면바지에 어울리는 재킷 차림의 캐주얼 정장이 선호되고 있다. 편안함과 자유로움,그리고 개성을 맘껏 뽐낼 수 있어서다. 권위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기존의 정장이 다소 어색해 보이는 것은 캐주얼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쿨비즈나 웜비즈에서 보듯 남성들의 옷차림은 자유스러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함부로 입을 일은 아니다. 옷차림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미국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먹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되,입는 것은 남을 위해 입어야 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