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의 멜로영화 '외출'은 전작 '봄날은 간다'와 구성이 정반대이다.


전작이 서서히 균열되어 가는 남녀 관계를 그렸다면 신작에서는 남녀가 거리를 좁혀가는 감정 흐름이 섬세하게 포착돼 있다.


이야기는 불륜 행각 중 자동차 사고로 입원한 배우자들의 남편 인수(배용준)와 아내 서영(손예진)이 병원에서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내용이다.


카메라는 배우자의 불륜과 사고를 접한 두 남녀가 느끼는 당혹감과 분노,안타까움 등의 복잡한 감정 속에서 동병상련을 느끼게 되는 정서적 이동 경로를 담아낸다.


이 영화에서 배우자의 불륜 행각은 카메라에 직접 포착되지 않는다.


배우자의 휴대폰 동영상과 문자 메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될 뿐이다.


인수와 서영의 관계도 불륜이지만 관객에게는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어려운 사랑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을 지켜보는 제3의 인물이 배제돼 있기 때문에 관객은 주인공들에게 공감하게 된다.


감독이 '남에게는 불륜,나에게는 사랑'이란 통념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셈이다.


주도면밀하게 설정된 시·공간적 구성이 주인공들과 관객 간의 감정적 동화 과정을 돕는다.


도입부에는 사고 소식을 접한 두 주인공의 당혹감을 반영하듯 폭풍설이 내리다가 주인공들의 사랑이 무르익은 후반부에는 따스한 봄으로 배경이 바뀌어 있다.


도입부의 눈이 혼란과 위험을 대변한다면 종반부에 내리는 눈은 푸근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다.


서영 역 손예진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혼외 정사 후 돌아오는 서영의 안색에는 조급함이 역력하다.


남편이 죽었을 때 상기된 얼굴에 흐르는 한 줄기 눈물은 복합적인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역 배용준은 방송드라마 '겨울연가'의 준상 역을 그대로 옮겨와 신선한 느낌이 부족하다.


9월8일 개봉, 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