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발견된 발해(渤海) 시대 온돌 유적 중 가장 큰 규모의 것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확인됐다. 이 온돌은 전형적 고구려 양식이어서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재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연해주의 소읍 크라스키노 해안으로부터 400m 북쪽에 위치한 발해 성터에서 공동 발굴작업을 하던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과 러시아 극동역사고고민속학연구소 크라스키노조사단(단장 블라디슬라브 볼딘)은 지난 21일 이곳에서 온전한 형태의 쌍구들식 온돌 구조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발견된 온돌은 총 길이 14.8m 폭 1.0~1.3m의 'ㄷ'자 형태로 크라스키노 성터 안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ㄷ'자형 온돌의 양 끝 부분에서는 아궁이로 추정되는 움푹 패인 곳이 두 군데 발견됐다. 이 온돌은 발해의 세 번째 도읍 상경성이 위치했던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 시에서 출토된 총 길이 2.7m가량의 온돌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지금까지 발견된 발해 온돌 유적 중 최대다. 한ㆍ러 공동조사단은 이 온돌 구조가 크라스키노 성터의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이곳이 당시 성 안에 살고 있던 고위층의 주거지 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온돌을 처음으로 발굴한 에브게니야 겔만 박사(46·러시아 극동기술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이 온돌이 "돌을 네 줄로 쌓아 그 위에 돌판을 얹고 그 위에 다시 진흙을 다져 덮는 형태의 고구려식 온돌로 이는 발해와 고구려의 연계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온돌 유적의 퇴적 층위를 고려할 때 이번에 발굴된 온돌을 10세기 발해 최말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발굴지에서는 온돌뿐 아니라 돌절구,항아리,방추차,3족 토기의 발,물결무늬 토기편,청동제 연꽃무늬 허리띠 장식,철제 단조용 집게ㆍ칼ㆍ과대(허리띠 버클),삽날,손가락으로 눌러 만든 자국이 선명한 기와편 등 발해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생활 유물 140여점도 쏟아져 나왔다. 겔만 박사와 함께 발굴에 참여한 고구려연구재단 임상선 연구위원(35)은 "이번 온돌과 다량의 생활유물 발굴로 발해 말기의 생활상 연구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ㆍ러 공동조사단은 현재 50㎡ 면적에 40cm 깊이까지 파낸 발굴지를 앞으로 2m가량 더 깊이 파들어가 온돌의 온전한 형태를 살피고 추가 매장 유물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