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 LG전자 상무 jqueen@lge.com >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인가에 대한 시각은 아주 다양할 수 있다. 사실주의 시대에는 대상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잘 표현하여 있는 그대로 화폭에 옮겼는가였다. 이러한 개념은 인상주의 시대 이후에 크게 변화하게 되는데 인상파 화가들은 인간의 눈에 비친 대상의 모습,즉 인간에 의해 해석된 모습을 화폭으로 옮겨내려 했다. 그것은 대상물을 바라볼 때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화폭에 옮기려 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인간다움,인간성은 예술이나 디자인 분야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제품 디자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가격 부품 기술 브랜드 기능 등 여러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역시 디자이너가 가장 깊은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즉 인간일 것이다. 디자인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척도 또한 보다 인간적이어야 한다. 얼마나 안전한가,튼튼한가,가격 경쟁력이 있는가,효율적인 구조인가 등 수량적 측정이 가능한 요소들 외에 얼마나 아름다운가,쉽게 사용할 수 있는가,더 나아가 얼마나 만족감을 주는가 등 감성적이고 측정이 어렵지만 더 중요한 요소가 많다.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주제 역시 역사 발전에 따라 정반합의 파도를 타고 흘러왔다. 인간 본성과 자유혼을 중시하는 시대가 있었다면 엄격하고 신성한 종교적 규범을 중시하는 시대도 있었고,다시 자유와 인간존중을 외치는 혁명의 물결이 밀려왔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외형을 중시하는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시대 뒤에는 절제되고 차가운 정교함을 중시하는 시대가 왔으며,차갑고 건조함을 피해 다시 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원가경쟁력이 있는가,안전한가,기능에 최적화돼 있는가,신속한가,정확한가,균일한가,질서가 있는가 하는 기능적 가치보다는 만족스러운가,즐거운가,자랑스러운가,편안한가,자유로운가,자연스러운가의 감성적 가치가 굿디자인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여러 가지 상반된 가치 변화는 보다 인간적인 방향으로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대불변 흐름의 조류를 따라 서로 화합하며 발전해 왔던 것이다.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행복해지려는 방향,행복하려는 희망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보다 인간적이고 감수성을 지닌 디자인이 궁극적인 의미의 굿 디자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