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종속은 없다.이젠 우리 방식으로 간다.' 중국이 자국 기술의 세계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진 기술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뜻이다. 외국에 로열티를 내며 하청기지에 머물던 데서 벗어나려는 전략이다. 중국과 미국은 이달 8일부터 5일간 베이징에서 무선 랜(LAN)표준을 놓고 '몸싸움'을 벌였다. 중국 언론들은 국제표준기구(ISO)가 주재한 이 회의가 끝나기 전부터 "중국의 무선랜 표준인 WAPI가 미국이 주도한 Wi-Fi와 합치는 안이 논의 중"이라며 자국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정작 회의는 결론없이 끝났지만 오는 9월 WAPI의 세계표준 채택 여부 투표를 앞두고 중국의 공세는 거세질 전망이다. IT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기술 세계표준화는 무섭게 진전되고 있다. 중국은 3세대 이동전화에서 미국 주도의 CDMA2000과 유럽형 WCDMA에 맞서 자신이 강점을 가진 TD-SCDMA를 국제표준으로 채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외국 표준에 기대어 왔던 기술의 중국 표준을 속속 만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지난 6월 말 홈네트워크 표준으로 하이얼이 주도하는 'ITop home'과 롄샹이 이끄는 'IGRS'를 채택했다. 앞서 차세대 DVD 표준으로 EVD라는 중국표준이 채택됐으며 동영상압축 세계표준인 MPEG4에 대응할 표준으로 AVS가 추진 중이다. '차이나 표준'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대처하는 건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것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LG전자가 중국 IGRS 표준제정에 참여하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중국의 기술 표준화는 한국기업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요구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