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기업들의 지배주주인 채권단은 향후 지분 매각 과정에서 중국계 자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 최근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누비고 있는 중국이 막강한 현금 동원 능력을 앞세워 핵심 구조조정 기업들을 싹쓸이할 경우 한국 제조업이 누려온 비교우위가 단숨에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채권단의 1차 하이닉스 지분(24.1%) 매각 때 국내외 원매자에 모두 기회를 준다는 원칙이지만 중국계에는 단 한 주도 팔지 않을 방침"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선 다른 채권은행들과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업은행이 최대주주(31.3%)인 대우조선해양 역시 국익을 고려해 향후 매각 과정에서 절대 중국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방침은 반도체나 조선 같은 국가의 기간 제조업체가 중국계에 인수될 경우 첨단 제조기술과 경영기법 등도 송두리째 넘어가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이 크게 위축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들 기업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다른 구조조정 기업을 매각할 때도 비슷한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요즘 70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발판으로 전 세계 M&A 시장을 휘젓고 있다. 올 들어서만 미국 IBM의 컴퓨터 사업부와 영국 MG로버 등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예상 가격보다 10억달러나 많은 42억달러를 들여 캐나다 석유회사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인수했다. 조일훈·장진모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