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포스코 운영회의.


"더욱 강력한 원가절감으로 대응하라"는 이구택 회장의 일성이 떨어졌다.


중국의 철강 설비능력 증가율이 철강소비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어 향후 시장의 전개방향을 예단키 어려운 데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속도까지 예상외로 빨라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2년전부터 이런 상황을 우려해 전략제품 개발 등 많은 준비를 해 왔으나 문제는 중국의 추격속도가 예상보다 2∼3년 빨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철소 경쟁력의 가장 핵심은 원가절감"이라면서 "그동안의 원가절감 노력이 충분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지금 원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원가절감 태스크포스를 구성,모든 생산라인에서 원가낭비 요소를 찾아내는 데 총력을 모으고 있다.


생존이 달린 만큼 대충대충은 통하지 않는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원가관리 시스템이 동원되고 있다.



◆중국에 뒷덜미 잡힐라


4년 전인 2001년.세계적 투자분석기관인 모건스탠리는 1999년 기준으로 산출한 세계 철강업체들의 생존가능연수 자료에서 포스코는 현상만 유지하더라도 15년을 버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코의 최대 경쟁사인 신일본제철은 10년으로 평가했었다.


실제 포스코는 2001년 20년 만에 최악이란 전세계적인 철강 불황속에서 81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신일철을 비롯한 일본 5대 경쟁사는 총 1978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의 경쟁력은 바로 원가경쟁력이었다.


포스코의 열연코일 생산원가는 일본의 80% 수준,냉연코일은 7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딴 판이다.


물량으로나 생산능력면에서나 중국이 급부상했다.


세계적인 원자재분석기관인 CRU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의 열연코일 생산원가는 t당 350달러.


이는 세계 평균치인 380달러보다 낮고 유럽과 미국업체들의 440달러에 비해 크게 낮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원가경쟁력이 t당 350∼400달러로 바싹 따라붙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은 원가가 낮아도 아직 일반재를 만들어 저가에 판매하는 탓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면 포스코는 고급재를 만들어 고가에 팔아 수익성이 높다.


◆티끌만한 낭비요소도 없애라


포스코는 이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더욱 혹독한 원가절감 카드를 선택했다.


아예 전사적으로 원가절감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열연코일 부문의 경우 임직원 3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회사 경쟁력의 원천인 열연코일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다.


이 별동대는 모든 생산라인에서 원가절감 과제를 발굴하고 지도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현재 발굴한 과제는 총 80개.내년 6월까지 제강·연주공정과 열연공정에서 열연코일 가공비를 t당 7700원 절감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원가절감은 곧 생산성 향상


포항제철소 1냉연공장과 광양제철소 3열연공장은 최근 현장중심으로 이뤄지는 '활동기준 원가관리 기법(ABM)'을 도입해 모두 240여억원의 원가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1냉연공장은 연속냉각압연라인(PCM)에서 생산성을 16%나 향상시켰다.


3열연공장은 석유수송관용 고급강판(API강판)과 자동차용 고장력강판의 생산성을 높였다.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6시그마 기법을 토대로 해 실효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 증산을 목표로 한 포항제철소 1냉연공장은 예컨대 제품불량률을 최소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배상관 주임은 "라인에서 생기는 불량을 방지하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해 적용했다"며 "연속소둔(열처리) 설비에서는 폭이 좁은 판재를 작업할 때 마찰흠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미세한 원가낭비 요소를 개선했는데도 일일기준으로 연속소둔설비의 생산량을 40t 더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양제철소 3열연공장은 석유수송관용 고급강판과 자동차용 고장력강판을 압연할 때 오작방지 기술을 새로 정립해 원가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석유수송관용 강판의 경우 시간당 생산량을 12.7%나 높였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