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많은 곳에 여자 하나가 있으면 공주가 되지만,여자가 많은 곳에 남자 하나가 있으면 '왕따'당하죠.저는 그래도 오히려 그걸 즐겨요.(웃음)"


수빈 메이크업 아카데미 정규반 오전 타임의 유일한 남자 수강생 임선호씨(25).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 '금남(禁男)'의 영역이라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자부심도 강하다고 했다.


그는 스타일리스트 과정을 배우고 있다.


스타일리스트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방송 코디네이터'를 합친 개념으로 메이크업은 물론 방송 코디,헤어 연출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총괄적 코디를 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그가 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술자리였다.


"친구들과 술 마시는 자리에서 처음 본 한 여학생이 있었는데,스타일리스트가 되려고 한다는 거예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바로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평소 꾸미기를 좋아하는 제가 남을 꾸며준다는 게 정말 보람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게다가 남자라는 희소성 때문에 더 가치 있을 것 같았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고민이었다.


"설득하는 게 힘들었죠.무슨 일인지조차 모르셨으니까요.


꼭 해내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는 아직 1개월 정도밖에 안 된 초보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담임 선생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의 담임 선생님인 김영희씨는 "선호는 수업 시간에 가장 눈초리가 살아 있는 학생"이라며 "수업이 끝난 후에도 궁금한 것을 계속 물어보는 게 오히려 귀찮을 정도"라고 말했다.


며칠 전에는 사촌 동생을 대상으로 첫 작품(?)도 만들어 보았단다.


"사촌 동생이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해서 제가 메이크업을 해줬어요.


돌아와서 남자친구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앞으로 항상 해달라고 하더군요.


정말 뿌듯했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기쁨 뒤에는 걱정거리도 있다.


만만치 않은 수강료를 혼자 힘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


"학원이 끝나면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내가 쓸 돈은 내가 번다'는 원칙을 세웠거든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지방의 한 대학에 합격했지만 등록을 포기했다.


단순히 명함만을 위해 만만치 않은 학비를 대면서 학교를 다니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그 후 주유소 아르바이트,서빙,동대문 의류상가 직원 등을 해오며 사회 현실도 체험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어요.


주유소에서 일당 1만5000원씩 받고 일했는데,하루는 한 에스페로 검은색 차가 기름을 가득 채운 후 주유기가 꽂혀진 상태에서 도망가 버렸죠.그 바람에 기름은 철철 넘치고,사장님께 호되게 꾸중을 듣고… 결국 4일치 일당도 반납하고… 제가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울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젠 더 이상 울 일은 없을 거란다.


메이크업의 재미를 느끼기에도 바쁜 나날이라고.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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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리스트가 되려면…


◇학원 교육 기간은


일반적으로 정규반 4개월을 거쳐 연구반(취업반) 4개얼 과정을 마치면 취업이 가능하다.


◇수강료는


수빈의 경우, 매달 33만원 정도.


메이크업 재료비 등 별도로 90만원 정도가 든다.


◇교육 후 취업은


방송국을 비롯해 잡지사, 모델 에이전시, 광고 대행사, 영화계, 프로덕션 등으로 취업 가능.


연예인 전속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도움말=수빈아카데미 ( www.sub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