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비과세·감면(減免) 혜택을 대폭 축소한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비과세나 감면 같은 예외조항은 가능하면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그 방향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이유가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특히 '유리지갑'으로 일컬어지는 봉급생활자가 대부분인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과세 강화는 자칫 고소득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 시비는 물론 소비시장의 위축을 가져와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번 세제 개편은 소주나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서민생활과 직결되거나,목돈이나 내집마련에 꼭 필요한 저축들에 대한 과세 강화에 집중되어 있다. 구조조정 지원세제 보완 등 기업부문에도 몇가지 변화가 있지만 기업활동에 실질적인 혜택을 준 것은 별로 없다. 게다가 다음주 발표될 부동산대책으로 각종 부동산 관련세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예정이고 보면 급격한 소비심리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수(稅收)부족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올해 예상되는 세수부족액은 4조∼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복지분야 등에 대한 재정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조세당국 입장에서 세수감소를 초래하는 세법개정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경기침체 속에서 세수 확보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불황 때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이는 게 정상적인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이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좀더 논의가 있겠지만 먼저 경제활성화를 통해 개인과 기업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야 세금도 더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