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와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옷 매장과 책 크기는 물론 장례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줄잡아 78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41~59세)가 소비주도계층으로 확실히 자리잡으면서 이들을 겨냥한 '베이비부머(baby boomer)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미국 최대 대중 서적 출판업체인 펭귄그룹과 사이먼&슈스터사는 최근 인기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를 글자 크기와 행 간격을 늘려 다시 출판하고 있다. 이제까지 책의 세로 길이는 171.5mm(6.75인치)였지만,최근 선보이고 있는 책들은 190.5mm(7.5인치)로 19mm가량 늘어났다. 이들 회사가 책 크기를 늘린 것은 미국의 가장 큰 독서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나이가 되면서 시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력이 나빠진 베이비 붐 세대가 문고판 크기의 책을 멀리한다는 판단에 따라 책 사이즈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공적이다. 펭귄그룹의 레슬리 겔브먼 문고판 부문 대표는 "독자들로부터 글자 크기를 늘려줘 고맙다는 이메일과 편지를 많이 받고 있다"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미국의 가장 큰 의류체인인 갭(GAP)은 지난 23일 맨해튼 근처에 있는 팰리세이드 센터에 '포스앤타운(Forth&Towne)'이라는 새로운 체인점을 선보였다. 이 체인점의 주된 타깃은 40세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 여성들이다. 갭 특유의 캐주얼한 스포츠웨어를 포함,60대까지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전시하고 있다. 1969년 설립 이후 주로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캐주얼 의류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왔던 갭으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이다. 갭은 오는 2007년까지 전국에 30개의 매장을 추가로 설치,베이비붐 세대의 여성들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시장조사회사인 NPD그룹의 마샬 코헨은 "작년 베이비 붐 세대가 의류구입에 427억달러를 소비한 반면 10대의 지출액은 200억달러에 그쳤다"며 "그런데도 10대를 겨냥한 매장이 5배나 많은 상황을 감안하면 갭은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2차대전이 끝난 직후인 지난 1946년(59세)부터 1964년(41세) 사이에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숫자는 7800만여명으로 미국 전체인구(2억9000여만명)의 27%에 달하고 있다. 강한 동질감을 가진 이들은 이제 소비패턴 뿐만 아니라 문화마저 바꾸는 주체로 등장했다. 장례문화 변화는 대표적이다. 종전 장례식이 매장 위주로 획일적이었던데 비해 최근엔 화장과 맞춤형 장례식이 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화장 비중은 21%에 그쳤으나 작년 말에는 28%로 높아졌다. 더욱이 자신의 관(棺)을 살아있을 때 직접 디자인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장의사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 4~5년 후면 은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