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006년 세계경제, 최악의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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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세계경제의 앞날에 대한 경고음이 잇달아 들리고 있다.
얼핏 보기에도 유가 급등,자산거품 붕괴,각종 수지불균형,지도자들의 신임도 하락 등의 불안요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런 만큼 2006년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세계인의 이목이 몰리고 있다.
내년에 예상되는 각국의 경기를 보면 먼저 미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와 자산부문 거품,유가급등에 따른 인플레 유발 등의 현안이 점차 '경계'에서 '주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이 문제는 모두가 유연한 통화정책 능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나 내년 1월 말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퇴임을 감안하면 기대보다는 우려를 앞서게 한다.
지난 2년 이상 잠재수준을 웃돌았던 성장률이 내년에는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일본 경제는 예상선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등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 있고,9·11 총선 이후 정치권의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새롭게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재둔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중국 경제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강도 있는 경기조절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성장률이 9.5%를 기록함에 따라 경기과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경기조절 과정에서 경착륙에 빠질 우려는 경제발전 단계가 성장기에 놓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우(杞憂)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유럽 경제는 통합헌법의 비준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회원국 차원에서 경제주권에 대한 요구가 날로 강해지고 있고,경제수렴조건 이행에 균열조짐을 보이면서 통합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상당기간 유로랜드는 통합이냐,경제주권이냐를 놓고 과도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25개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U)도 기존 회원국과 신규 회원국 간의 경제력 격차로 아직까지 유럽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규 회원국들의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존 회원국들의 비용부담 문제를 놓고 마찰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이 밖에 개도국 경제는 올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소프트패치(일시적인 침체)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그동안 경기를 이끌어 왔던 수출이 미국과 중국의 경기조절로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 등으로 볼 때 외환보유고 확충 등으로 실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게 나온다.
우려되는 것은 위안화 평가절상 이후 환차익을 겨냥한 투기세력들의 교란과 마진콜에 직면한 헤지펀드들의 투자회수 과정(de-leverage)에서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세계경제 앞날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제유가 급등→금리 인상→ 자산거품 붕괴→세계경기 위축'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가능성을 예방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계 각국 간의 협력과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기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점이 세계경제를 더 어둡게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