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달궜던 지방 위성TV의 여가수 선발대회가 지난 26일 저녁 최종결선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5월부터 매주 금요일 치러진 후난위성TV의 '슈퍼 여가수(超級女聲)' 선발대회 결선방송은 4억명 이상이 시청했다. 중국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CCTV의 춘절만회(春節晩會)의 2억명을 크게 웃돌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인기의 비결로 스타 열병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말한다. 우선 국민이 우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한 게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1인당 최고 15건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방송국에 보내 이를 실시간으로 집계한 결과로 우승자를 결정한다.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한 평범한 여대생 리위춘(李宇春)에게 한표를 행사한 문자메시지만 352만8308건. "선거 권리의 이행을 자각한 중국 민중들의 격정"(중국 청년보)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홍콩 언론들은 국민들이 스스로 돈을 모아 팬클럽을 조직하고 지지행사를 벌이는 것이 정치화의 과정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스타를 방송국 등에서 만들어내는 엘리트주의에 대한 도전"(차이나데일리)이라는 해석은 중국 지도자 선출 과정에 민의가 배제되고 있는 현실과 오버랩된다. "생활의 불만을 분출시키는 통로"(후난TV 오락프로 담당자)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중국에선 빈부격차 등 사회모순이 두드러지면서 지난해 집단시위(50명 이상 참가)가 6만여건에 달했다. 이 프로그램의 구호는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이다. 결선대회 중계 때 한 백혈병 여성 환자는 리위춘에게 보낸 화상메시지에서 "자기 자신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당신이 나의 희망"이라고 했다. 통제된 사회에 대한 저항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출연자의 의상 등을 규제하고 나선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서 고민이 읽혀진다. 슈퍼 여가수 선발대회는 후난TV는 물론 협찬기업들까지 대박을 터뜨린 TV프로그램으로 떴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