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증 빠진 與 ‥ "이대로 가다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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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심각한 무력증에 빠져들고 있다.
창당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지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아 어깨가 처진 상황에서 최근에는 정국주도권 마저 대(對)국민 직접 정치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에게 내준 채 청와대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여당 실종'이라는 얘기와 함께 노 대통령의 독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여당의원 전원을 30일 청와대로 불러 만찬간담회를 열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지지율 비상=우선 열린우리당은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지율 제고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400만여명에 달하는 교통법규 위반자를 대거 사면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지방과 민생현장을 찾고 있지만 지지율이 오르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지지율은 여전히 10% 후반대에서 20% 초반에 머물고 있다. 25일자 중앙일보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17%로 30%의 한나라당에 크게 밀렸고 21일자 동아일보 조사에서도 열린우리당은 21.1%로 35.2%의 한나라당과 격차가 14.1%포인트였다. 당내에서는 "이렇게 가면 10월 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나온다.
◆노 대통령만 바라보는 여당=요즘 여당은 노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이 당과 사전협의 없이 대연정과 국가권력 남용범죄에 대한 민·형사상 시효 적용 배제문제,97년 대선자금 수사 반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잇달아 제기하면 지원사격을 하는 게 고작이다. 당이 정치의 중심에서 빗겨나면서 내부 갈등조짐이 감지된다.
당장 "권력을 통째로 한나라당에 넘길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당내에서 불만의 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혁신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진무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독선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고 지도부를 겨냥해서도 "지도부는 '예스맨'이냐"는 비판의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전·현직 지도부는 28일 모임을 갖고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강력히 추진키로 하는 등 노 대통령 제안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도 당내 반발을 의식,당의 정국·정책주도권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노 대통령과 의원들의 간담회에서 연정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당·청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