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을 핵심으로 한 '8·31대책' 발표를 이틀 앞둔 가운데,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집값을 '얼마나' 잡겠다는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책의 목표가 집값 상승을 막는 것인지,아니면 떨어뜨리는 것인지와,만약 내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떨어뜨리겠다는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는 진작부터 이번 대책의 목표가 집값 안정이 아닌,집값 하락이란 점을 숨기지 않았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달 초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지난 2003년 10·29대책이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이번 8·31대책은 과도하게 오른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며 초강력 대책이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8·31대책이 집값을 얼마나 떨어뜨리기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질문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다만 거품이 있는 것은 당연히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는 앞으로 떨어뜨려야 할 집값의 '거품'을 어느 정도로 보는 것일까. 이와 관련,8·31대책 수립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 핵심 관계자는 "올 들어 만약 아파트 값이 30~40% 올랐다면 20~30% 정도는 내려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금 인상된 정도는 인정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오른 건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번 대책으로도 강남 등지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오히려 오름세를 보인다면 추가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역으로 이번 대책이 강남 등지의 집값을 정부의 목표보다 더 폭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면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는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조치 등을 통해 집값을 받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서 올해 집값이 급등한 것은 별다른 경제적 요인 없이,그저 심리적 이유만으로 오른 거품"이라며 "그만큼은 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서울 강남과 분당 과천 용인 등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아파트 값을 작년 말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금년 들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지난 6월 말까지 분당은 24.2% 뛰었고 과천 23.7%,용인 18.8%,서초 강남 송파 강동구는 10%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집값 누적상승률은 2.4%였다. 개별 아파트단지별로는 50% 가까이 급등한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8·31대책의 '가격 목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특정 지역의 집값을 정책으로,그것도 세제로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며 "그런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주택정책의 목표는 시장의 정상화와,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의 주거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