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熙範 < 산업자원부 장관 > 한ㆍ중 수교 13주년(24일)을 보내면서 양국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ㆍ중 경협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양국 경협구조가 고도화되는 한편, 양국 산업 간 상호의존성도 높아지고 있다. 양국 교역은 산업내 교역 중심으로 이미 전환됐고 대중국 투자도 대형 첨단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분야도 유통,물류,금융,에너지,비즈니스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제품 생산기지에서 거대 잠재시장으로 발전하는 한편,산업 경쟁력 또한 크게 향상되고 있어 한ㆍ중 경협관계를 고도화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산업공동화, 첨단기술 유출 및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 우려의 목소리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중국 위협론'은 국제 원자재 파동, 중국의 외국기업 인수 등과 맞물려 더욱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전문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중국경제가 지금과 같이 지속 발전한다면 향후 20년 내로 미국에 버금가는 거대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거대 잠재시장이 인접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기회요인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한ㆍ중 경협은 질적으로 내실화되고 고도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은 몇 가지 과제에 공동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우선,한ㆍ중 간 투자의 불균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금년 6월까지 한국의 대중(對中) 투자액은 117억달러인 반면,중국의 대한(對韓) 투자액은 1억7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중국은 '저우추취(走出去)' 정책으로 해외투자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우리기업 인수와 투자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쌍방향 투자협력의 발전과정으로 이해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미래 전략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의 기술 추격속도가 빨라지면서 첨단설비 투자와 기술이전의 부메랑 효과를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양국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발전하려면,미래 전략분야에 대한 협력이 있어야 하며 중국측은 지식재산권 보호정책에 대한 신뢰를 한국기업에 줌으로써 협력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할 것이다. 셋째,동아시아 지역경제 통합의 장기 비전을 갖고 공동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중ㆍ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한ㆍ중 FTA에도 적극적인 입장이다. 한ㆍ중 FTA 논의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농어업을 배려하는 중국측의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한ㆍ중 간 인적 문화교류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 서울에서 전세계 3000명의 화인(華人) 기업들이 참석하는 세계 화상(華商) 대회가 개최되며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와 한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기업과 중국·동남아 화인 기업들과의 교류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이어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방한하고,2008년까지 한ㆍ중 교역 1000억달러 시대를 열자던 양국 정상간의 합의가 올 연말에 조기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용(龍)이 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필요한 여의주(如意珠)가 돼야 한다. 상호신뢰의 토대 위에 양국이 향후 10년간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동아시아의 공동번영은 우리 곁에 더욱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양국 경제협력에 있어 금년은 새로운 도약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