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사업장 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경비도 절감하고….정말 큰일입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29일,권영수 LG전자 부사장(CFO)이 한 얘기다. 권 부사장은 "내부적으로 유가 70달러 선이 뚫릴 것이라는 전망은 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꼭지점을 점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고유가 문제가 상당기간 경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의 주우식 전무(IR팀장)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주 팀장은 특히 고유가 그 자체보다도 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미국경제의 침체와 세계경제의 동반 하락세를 크게 우려했다. 그는 "1980년대 오일쇼크 때 유가를 지금 물가로 계산해보면 배럴당 80달러 수준"이라며 "80달러 선에 도달하면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과거 오일쇼크와 같은 양상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유가상승이 국내 수출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다. 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유가가 평균 53달러에 도달하면 수출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각각 2.01%,2.2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올 평균 국제유가는 지난해 평균(41.43달러)보다 12달러 이상 높은 배럴당 54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총소비 중 산업부문 비중이 45%에 달하는 상황에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와 수출부진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자나 정보기술(IT)업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고유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자동차 업종은 배럴당 70달러 선 돌파 소식에 거의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자동차의 주재료인 철강과 고무 가격도 함께 인상되는 데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소비위축도 심각한 국면에 놓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최근 조사결과 휘발유 가격이 10% 인상되면 전체 소비자의 4∼10%가량이 승용차 이용을 포기할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평균 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50% 정도 오르는 상황이 올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