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인한 정유업체들의 원유 공급 차질로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한때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70.80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제 유가 폭등에 따른 파장(波長)이 확산되고 있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우선 이 같은 초고유가로 인해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이 급등하고 유류 소비가 감소하는 등 그 충격파가 이미 표면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원자재와 중간재의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자재 값 상승은 당장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수출과 기업 경영에까지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환율 하락 등으로 인한 수출 둔화와 함께 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초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버리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는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무려 23.39포인트나 하락,1063.16으로 마감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앞으로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 등의 수요 증가에 따른 수급 불균형 으로 인해 배럴당 80달러 시대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가 하면,또 다른 일부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돌파(突破)도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 1973년의 1차 오일 쇼크,78년의 2차에 이은 3차 쇼크의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니 여간 염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특단의 조치와 대책 마련이 절박한 형편이다. 물론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 실정에서 근본적인 에너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새로운 대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유가 추이를 계속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 위기가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정부는 서둘러 관련 대책을 마련,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절약,대체에너지 개발,해외 유전자원 개발,산업구조 개편 등 고유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장ㆍ단기 대책들을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업도 고유가 시대에 대비,에너지 절감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