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미약하지만 회복 기미를 나타내고 있는 국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연초 상정했던 5% 성장 목표를 포기하고 4%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국제유가 고공 행진이 이어진다면 3%대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무역흑자 규모가 줄고 하반기 물가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고유가가 정부의 하반기 경제 운용에 가장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성장률 하향조정 잇따라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초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짜면서 고유가 등에 따라 올 한 해 목표를 성장률 5%와 일자리 40만개 창출에서 성장률 4% 안팎과 일자리 30만개 창출로 낮춰 잡았다. 곧이어 한국은행도 올 한 해 두바이유 평균가격을 배럴당 34달러에서 48달러로 높여 잡고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선 연구기관들은 이보다 훨씬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9일 '고유가 상황 진단 및 전망' 자료를 통해 두바이유 가격이 4·4분기 중 배럴당 65달러까지 올라 올해 평균 53달러에 이를 경우 국내총생산이 한은 전망 대비 0.9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한은 전망이 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3.04%까지 낮아질 것이란 얘기다. 이에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두바이유 가격이 하반기에도 배럴당 50달러를 넘는다면 올해 성장률이 최저 2.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승용차 요일제 언제 시행하나 정부는 고유가 대응 방안을 중·장기 대책과 단기 대책으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 대책은 현재의 에너지 과다소비 구조를 저소비 구조로 바꿔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2007년까지 에너지 사용효율을 높이는 원단위 개선 3개년 계획을 실시하고 △태양열 풍력 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며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등의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다만 "중·장기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 대책은 석유 소비를 강제로 줄이는 것이 포인트다. 정부는 석유 조기경보 지수가 3.5를 넘어 '경계' 단계로 진입하면 강제 조치를 시행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다. 아직까지는 이 지수가 3.48로 '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와 관련,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5달러를 넘어서면 각종 제한 조치가 발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제 조치로 우선 공공부문에 승용차 요일제를 시행키로 했으며 이를 민간에도 확대키로 했다. 민간에는 강제 시행하지는 않지만 자동차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밖에 조명 시간을 단축하고 난방 온도를 18도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