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세계경제 강타] 성장둔화.물가급등 .. 오일쇼크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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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에 '고유가 쇼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미국 허리케인발(發) 원유 수급 불안감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자 시장에서는 한동안 '유가 70달러 시대'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유가는 세계 경제에 '타격' 차원을 넘어 '쇼크 수준'의 강한 여파를 미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의 경우 한국 필리핀 인도 등의 고유가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국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원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루피아 가치가 3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전 세계 곳곳으로 고유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유가 80달러까지 갈 수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내 석유 생산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멕시코만 석유시설을 강타하면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0월물은 29일 뉴욕상품거래소 시간 외 거래에서 배럴당 4.67달러 급등한 70.80달러까지 치솟았다.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인식돼 온 70달러 선이 맥없이 뚫린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도 지난 주말 배럴당 72센트 급등한 58.43달러에 마감,6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팽팽한 원유 수급으로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아온 유가가 '카트리나 쇼크'로 급등세를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 9월 허리케인 '아이반'이 멕시코만을 강타,하루 석유 생산량이 140만배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유가가 한 달 만에 22% 급등했다는 점을 들어 상당 기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와코비아 이코노미스트인 제이슨 셴커는 "카트리나로 인해 루이지애나 원유수입 항구와 정유 시설이 폐쇄될 경우 올해 남은 기간 내내 원유 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우존스는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클 경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가 급등하자 알 사바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이 9월 회의에서 증산할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세계 경제'고유가 쇼크'가시권 진입
세계 경제에는 이미 고유가 파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전월 대비 0.5% 상승)와 생산자물가(1.0%) 상승률은 각각 3개월,10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산업 생산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도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반면 산업활동은 둔화되고 있다.
일본의 4∼6월 경제성장률이 1.1%(전분기 4.9%)로 급락했고 중국의 고성장도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상당히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미국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소비자 지출이 연간 700억달러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MF는 유가 10달러 상승시 세계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줄어들고 물가는 0.8%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아시아개발은행(ADB) 박신영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으로 특히 아시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한국 필리핀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고유가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로 미국의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크고 인상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 회복세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는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위협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