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수현씨(35·서울 영등포)는 일주일 전에 매달 30만원씩 적립하는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


은행 적금밖에 모르던 그가 펀드에 가입키로 결정한 것은 남편으로부터 1년 수익률이 50%를 넘는 펀드가 수두룩하다는 핀잔을 들은 게 계기가 됐다.


난생 처음 증권사 객장을 찾은 그는 창구 직원이 즉석에서 골라준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노릴 수 있다'는 한 적립식 주식형펀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좋은 펀드를 잘 고른 것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주식형펀드,그 가운데서도 은행 적금처럼 매달 일정액을 투자하는 적립식펀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펀드 성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돈을 불입하는 이른바 '묻지마 가입' 사례가 적지 않다.


펀드는 은행 예·적금과 달리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최악의 경우 일부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투자자 스스로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가입 전에 투자 목적과 기간,자금의 성격 등을 충분히 고려한 뒤 자신에 맞는 펀드가 어떤 게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초보 펀드 투자자라면


우선 펀드가 무엇인지,은행 예·적금과는 어떻게 다른지,내가 투자한 돈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운용되며 어떤 방식으로 돌려받게 되는지를 확실하게 알아둬야 한다.


펀드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투자자 돈을 모아 전문가(자산운용사)가 대신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금융상품으로 주식시장 흐름이 좋을 때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펀드 전반에 대한 정보는 펀드평가회사인 한국펀드평가(www.kfr.co.kr)나 제로인(www.funddoctor.co.kr) 홈페이지에서 자세하게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자신만의 투자스타일,투자자금의 성격,투자기간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 맞는 펀드를 고르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20년 뒤 노후자금으로 쓸 작정이라면 길게 보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단기 목돈 마련을 위한 투자라면 다소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 안성맞춤이다.


또 투자자 자신의 성향이 손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고수익을 바라는지,아니면 시장금리+α(알파) 수준의 수익을 바라는 보수적 투자자인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그래야 주식형으로 할지 아니면 주식형과 혼합형 또는 주식형과 채권형 등으로 나눠 투자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수익을 원하면 주식투자비중이 높은 상품으로,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주식비중이 낮은 상품이 바람직하다.


막연히 판매창구인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잘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좋은 펀드 고르기


펀드에 가입할 때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가 아니라 내 돈을 어디서 운용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은행과 증권사는 판매수수료만 챙길 뿐 별 의미가 없다.


실제 투자수익은 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의 운용 실적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내가 선택하려는 펀드의 운용사가 어디인지,해당 회사의 과거 실적이 어떤지 등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한국펀드평가나 제로인 외에 자산운용협회(www.amak.or.kr)나 모닝스타코리아(www.morningstar.co.kr) 등에서도 자산운용사와 펀드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몇달간의 수익률은 물론 과거 2∼3년간의 수익률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기간에 따라 수익률이 들쭉날쭉한 상품은 좋은 펀드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펀드를 판매하는 여러 금융회사에 직접 가서 설명을 들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구하고 이해를 넓히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직접 발품을 팔아야 이해도가 높아지고 자연히 자신에게 맞는 좋은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펀드는 피하세요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의 이재순 조사평가팀장은 펀드 투자 때 △규모가 지나치게 작거나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펀드 △투자 원칙과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는 펀드 △최근 수익률은 높지만 최근 몇년간 시점에 따라 수익률 변동폭이 큰 펀드 △펀드 운용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펀드는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펀드 운영 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가입 당시의 높은 수익률에 과도하게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입 때 판매사에서 제시하는 높은 수익률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수익률일 뿐으로 투자자로서는 향후 수익률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만 과거 수익률이 꾸준히 높은 펀드라면 펀드 운용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


펀드 가입 후에도 주기적으로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식형 펀드라면 같은 유형의 다른 펀드 상품과 수익률도 비교해보고 최초의 운용원칙이 준수되는지 따져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환매를 통해 추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펀드가 뜬다고 앞뒤가리지 않고 아무 펀드나 가입해서는 투자에 성공하기 어렵다"며 "보다 긴 호흡으로 자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고민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