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 炳 三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들은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매우 혹독한 평가를 하고 있다. 임기 후반기에 매진해야 할 정책과제로도 '경기활성화'가 단연 으뜸이다. 경제가 오랜 침체에 빠진데다 잠재성장률도 외환위기 이전의 7% 수준에서 5%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하니 이러한 평가가 혹독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다 미국의 허리케인으로 유가 전망은 더욱 어둡고 이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2%대가 될 우려도 일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에 활기를 넣을 마땅한 정책은 잘 발견되지 않는다. 심지어 대통령이 "당신이 와서 해보지"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현 상황의 상당 부분은 참여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특히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들을 밀어붙임으로써 많은 불확실성을 만들고 국민과 거리가 있는 정부가 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무엇보다도 국민과 좀더 호흡을 같이 하는 정부가 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경제의 외부환경을 경제에 호의적인 것으로 꾸리는 것이 경제회생의 중요한 실마리이다. 경제 내부의 문제에 있어서는 소비,그 중에서도 특히 국산품에 대한 소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재고가 줄고 소비의 장기전망이 밝지 않으면 기업의 설비투자는 일어나기 어렵다. 그러므로 소비와 투자 가운데 부진의 심각성을 따진다면 소비가 더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이 옳다. 침체된 경제에서 소비는 생산을 부르고 그로 인한 소득증가는 다시 소비를 낳는 소비의 선순환적 기능은 경제회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경기부양을 겨냥한 각종 경제정책은 소비의 이러한 기능에 편승해 경제를 살린다. 특히 국산품 소비는 이 기능의 핵심을 담당할 뿐 아니라 내수산업을 회전시켜 '경제를 통한' 소득 재분배를 가능하게 한다. 수입품 또는 수입 중간재를 많이 쓴 제품에 대한 소비는 이러한 기능이 없거나 크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국산품 소비가 특히 중요하다. 우리 경제에서 소비는 2003년과 200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통계작성이 시작된 후 유례없는 일이다. 다행이 이것이 근래 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수입품에 대한 소비와 해외소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을 뿐 국산품에 대한 소비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소비가 내수산업의 생산을 부르는 선순환적 기능이 막혀있는 것이다. 소비 부진에는 가계부채,고령화로 인한 노후 불안,해외교육수요의 급속한 증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정책대응이 시도된 부분도 있고 미진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나마 시도된 수단들도 대부분 점진적인 효과만이 기대되는 것들이다. 그러기에 교과서적인 정책수단 이상의 것을 강구할 필요가 절실해 보인다. 경제학에서 소비란 개인이 주어진 예산 범주 내에서 스스로의 효용(만족도)을 최대화하는 행위라고 한다. 그리고 개인의 효용구조는 주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표준이다. 그러나 효용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상품광고가 한 예이고 교육과 계몽도 가능한 수단이다. 그러나 시간을 단축하려면 무엇보다도 의식개혁운동을 벌이는 게 첩경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대적인 국산품애용운동을 펼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계몽은 이것이 장기적 효과를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국산품 애용 정신을 심어주는 건 경제의 장기적 체질강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불황 중에도 젊은이들의 소비는 다른 세대에 비해 더 활성적이며 또한 더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이 일을 정치인 언론 교육계 시민단체들이 합심해 시도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