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눈에 비친 부조리한 세상..이재웅씨 장편소설 '그런대, 소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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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작가 이재웅씨(31)가 장편소설 '그런데,소년은 눈물을 흘렸나요'(실천문학사)를 펴냈다.
책은 몸파는 여자로 전락한 누나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과 소년의 의식을 묵직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으로 풀어냈다.
주인공이자 소설속 서술자인 '나'는 고작 열두살 밖에 안 된 소년이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숙한'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이미 눈물 흘리는 법을 잃어버린 '나'는 경험을 통해 '거짓은 밝고 행복하며 진실은 어둡고 불행'한 것임을 파악하고 있다.
무엇이 열두살 소년에게 정신의 조로를 유발한 것일까.
'나'가 '늙음'의 주이유로 지목하는 것은 바로 '가난'이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고아이고 유일한 피붙이인 누나도 어마어마한 빚을 안은채 몸을 팔며 생활해 나가는 매춘부일뿐이다.
이들의 가난은 소작농이던 아버지가 농촌을 떠날 때부터 이미 예견돼 있던 것이다.
주인공과 누나 외에도 소설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지독한 가난에 허덕인다.
이들을 궁핍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부조리한 사회탓이지만 이들이 부조리를 뚫고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소설가 방현석은 "문학이 감당하기 어려운 물질적 풍요와 상간하며 욕망에 몰두하는 시절에 이재웅은 참담한 우리의 빈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빈곤의 문학이 아니라 '문학의 빈곤'에 대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작가는 후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도,영화를 봐도,술을 마셔도,그리고 몇몇 지인들과 만나 문학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어도 언제나 집에 돌아오면 나를 반기는 것은 불완전한 고독이다.
나는 고독 속에 앉고,고독 속에서 사색하며,고독 속에서 잠든다"라고 썼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