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화장품 업체들의 약진으로 고전 중인 중견 화장품사들이 눈물겨운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다른 회사 제품을 판매해 주거나 자체 설비와 기술진으로 신제품을 개발해 주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전략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나드리화장품은 이달 초 멘소래담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멘소래담 립아이스' 등 멘소래담의 입술보호제 4종의 판매 대행을 맡아 화장품 전문점에 공급 중이다. 회사측은 "별도의 투자 없이 기존 화장품 전문점 유통망을 활용해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멘소래담 입장에서는 기존 편의점이나 약국 유통망에 더해 전문점 유통망까지 확보하게 된 '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바탕''ICS''려홍' 등 중고가 화장품 업체인 한불화장품은 지난달 저가 화장품 업체인 에이블씨엔씨 '미샤'에 기초화장품 '딥씨워터' 리뉴얼 제품을 ODM 방식으로 공급했다. 또 다음 달 출시될 '미샤'의 주름개선 기능성 제품 '이펙츄얼 링클리페어 에센스' 생산도 도맡았다. 한불은 한때 연매출이 1600억원대에 달한 중견 화장품 제조업체지만 계속된 경기침체와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작년 매출액이 714억원으로 급감하자 충북 음성 공장의 유휴 설비와 자체 기술진으로 ODM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지금까지 직판(판매사원들이 본사로부터 판매 수수료를 받는 방문판매) 방식으로만 팔던 한방화장품 '자인'을 9월부터 백화점에서도 팔기로 하는 등 유통망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CRM(고객관계관리) 강화로 직판 유통 채널을 정비하는 것과 동시에 홈쇼핑 판매 물량을 더욱 늘리고 내년엔 인터넷 전용 화장품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화장품사들끼리 기술이나 생산라인을 공유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유통망을 활용해 타사 제품을 대신 팔아주는 등의 논의가 많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