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2부:(7) 봉제공장 보조 삼성SDS 권세종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망설이는 동안 저는 사소한 것이라도 즉시 행동에 옮겼습니다.이는 학력을 극복하는 길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89년 무작정 상경,봉제공장 재단보조사로 출발해 삼성SDS의 IT(정보기술) 전문직 사원으로 근무 중인 권세종씨(30).학력이 중학교 중퇴지만 그는 각국 학교와 기업 등에 초빙돼 '교수님' 소리까지 듣는 잘나가는 IT분야 전문가다.
국제공인자격 9개 등 10여개의 IT관련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권씨는 '악과 깡'으로 삶을 버텨왔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할머니를 시골에 홀로 남겨두고 시작한 서울 생활부터가 그랬다.
1992년부터는 야학에 다니면서 하루에 잠을 두 시간 잤다.
그 결과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까지 취득했다.
"애초에 가진 게 없어 내 인생은 항상 못 먹어도 고(GO)였습니다."
권씨의 '승부근성'은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에도 나타났다.
야학 선생님의 소개로 1995년 게임개발업체의 사환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어깨 넘어로만 봐왔던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끌 줄도 몰랐지만 열심히 배우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직장 선배가 한번은 '그런 것도 모르냐'며 무시하더라고요. 속으로 순간 울컥 했습니다."
그 뒤로 권씨는 '두고보자'는 심정으로 월급 70만원의 절반인 35만원을 뚝 떼어 컴퓨터학원을 다니고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1년 뒤에는 케이블TV 웹PD로 채용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삼성SDS 입사 때도 그는 학력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부끄러울 게 없는 그는 자신의 경력을 떳떳하게 밝혔다.
석·박사와 해외유학파가 즐비했지만 전혀 기죽지 않았고 5년 동안 IT분야에 근무했던 경력을 내세웠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학력보다는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현재 그가 하는 일은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을 지원하고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것.
그러나 권씨가 '근성'으로만 자신의 삶을 이끌어온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도 1년,5년,10년 등으로 나눠 인생계획을 설계하고 있다.
10년 내 목표가 '최고 IT전문가'라면 5년 내 목표는 '정보처리기술사 자격증 취득'과 같은 식이다.
하루 일과도 5분,10분 단위로 계획을 짠다.
남는 자투리 시간조차 '영어회화 라디오 청취' '신문 읽기' 등으로 꽉 채워져 있다.
권씨는 요즘 학교와 기업,공공기관 등에 자주 초빙되는 유명 강사다.
삼성멀티캠퍼스에서도 강의를 한다.
덕분에 '교수님' 소리도 듣고 있다.
팬들도 생겼다.
그의 미니홈피에는 "저도 세종씨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종씨를 제 인생의 모델로 삼겠습니다" 등의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그는 "바쁜 생활로 '팬레터'에 일일이 답장을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멋적게 웃었다.
'최선을 다하고 나서 삼세번만 더 하자'가 좌우명이라는 그는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