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4:33
수정2006.04.09 17:34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미국은 강풍 노이로제에 걸린다.
달갑지 않은 불청객 허리케인(hurricane)과 토네이도(tornado)가 찾아와 대륙을 휩쓸기 때문이다.
허리케인은 서인도제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강한 열대성 저기압이고 토네이도는 갑작스런 기압의 변화로 생겨나는 엄청난 회오리 바람인데,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수직으로 선 채 이동하면서 집과 자동차를 흔적도 없이 쓸어버리는 것이 토네이도다.
토네이도도 그렇지만 미국에 더 큰 피해를 끼치는 건 허리케인이다.
통계를 보면 190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만도 2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돼,한 해 두 차례 정도 가공할 강풍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인명과 재산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덩달아 세계경제도 요동친다.
올해 선보인 초강력 허리케인 '카 트리나'는 국제유가를 한때 7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공포의 위력을 발휘했다.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재난에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과 대기환경연구소(AER) 등 관련기관들을 총동원해 허리케인을 무력화시키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허리케인의 눈에 구름씨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한다든지,해수면에 기름막을 입혀 허리케인의 에너지원이 되는 수증기 공급을 줄인다든지,인공위성에서 내리쏘는 마이크로파로 수증기를 말려 허리케인의 에너지원을 없애는 것 등이다.
최첨단 과학으로 우주 구석구석을 누비는 미국이지만 아직 어느 방법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한다.
수증기를 먹고 산다고 하는 허리케인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예측이다.
지금까지는 빌딩을 무너뜨리고 다리를 끊는 위력의 태풍을 5등급으로 치는데,앞으로 이 보다 더 센 강풍이 빈발할 것이라고 하니 그 재앙이 어떠할지는 상상키조차 어렵다.
카리브해 연안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폭풍의 신'이란 말에서 유래됐다고 하는 허리케인이,인간의 과학에 굴복할지,아니면 또 어떤 조화를 계속 부릴지 아직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