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종합대책’의 후폭풍이 벌써부터 가시화하고 있다.대책의 내용이 대부분 알려지면서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매수자들이 완전히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최근 한두 달 동안 매매 거래를 한 건도 하지 못한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수두룩할 정도다.집값급등의 진원지로 꼽혀온 강남 재건축아파트도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설상가상 외환위기 이후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받았던 아파트들이 무더기 매물로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강남권 매수세 '꽁꽁' 서울 강남권 및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값이 낙폭을 키우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세금 중과 방침이 알려지면서 분당 용인 등 수도권 남부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거래는 사라진 상태다. 강남·서초·송파구 및 분당 등 올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는 호가를 최대 2억원 이상 낮춘 급매물도 나타나고 있지만 이마저 선뜻 매수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대치동 P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눈치만 보면서 거래를 안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관망세가 한동안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매물이 적었던 분당 및 용인지역에서도 매수세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가격이 떨어질 기미다. ◆양도세 면제 대상 매물 쏟아져 정부가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면제했던 아파트들의 면제시한이 다가오면서 매물이 더욱 쌓이고 있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주택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도세를 100% 면제해준 아파트가 최근 들어 매물로 대거 나오고 있다. 양도세 면제 대상 아파트는 △98년 5월22일~99년 6월30일(국민주택 규모는 99년 12월31일까지) 사이 취득한 신축 주택 △2000년 11월1일~2001년 12월31일 사이 취득한 비수도권 주택 △2001년 5월23일~2003년 6월30일(서울·5대 신도시·과천은 2002년 12월31일) 사이 취득한 주택 등이다. 이 기간 중 최초로 분양계약을 맺은 사람이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양도할 경우 양도세를 전액 감면해준다. 업계에서는 지난 98~99년 조세특례제한법 첫 적용기간 중 분양한 아파트가 서울에서만 80여개 단지에 달하고,이 중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도세 면제 대상 아파트 중에는 내년 과세 대상 포함에 앞서 처분하려는 중대형 평형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가장 많이 떨어져 가격 하락 현상은 그동안 가격 급등을 이끌었던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전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매물이 많아도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없이 세금 부담만 늘리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인 닥터아파트가 8월 한 달간 전국 재건축아파트 단지의 시세를 조사한 결과 월간 기준으로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반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재건축아파트 값은 전국적으로 전달보다 0.53% 하락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값은 0.71% 떨어졌다. ◆주상복합도 약세 반전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주상복합아파트도 이달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분당신도시의 주상복합 가격변동률이 올 들어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상복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수도권 주상복합의 가격 변동률은 이달 0.55% 상승했지만,전달(1.7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의 주상복합 가격 상승세는 완전 멈췄고,분당 일산 등 신도시에선 전달보다 오히려 0.17% 하락했다. 서욱진·조재길·이정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