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수 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 및 지방정부들의 구조 및 복구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카트리나가 끼친 경제적 피해액이 미국의 자연재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당초 예상보다 피해규모가 커 구조와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 `미국판 쓰나미'로까지 불리는 이번 피해로 미국내외적 경제적 타격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허리케인의 강풍과 홍수에 휩쓸린 뉴올리언스의 30일 공중촬영모습>


◇ 피해 확산 =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 미국 남부 주들을 할퀴고 간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 수 백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날 허리케인의 직접적인 타격을 피해 한숨 돌렸던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인근 폰트차트레인호의 둑이 밤새 60m 가량 무너져내려 물바다가 됐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80% 가량의 도시가 물에 잠겼으며 일부 지역 수심은 6m에 달한다"며 "물위에 시신들이 떠다니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군은 헬기로 자갈포대를 투하해 둑 복구에 나섰다.


미시시피주의 연안도시 빌럭시도 수 백 명이 침수 가옥에 고립돼 이중 8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 당국은 탐지견을 동원해 시신발굴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J.할러웨이 빌럭시 시장은 "이건 우리들의 쓰나미"라고 한탄했다.


또 미시시피 핸콕카운티에서는 응급구조센터가 침수돼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구조요원들이 헤엄쳐 탈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핸콕카운티 비상요원들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사망자가 발견된 집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한뒤 돌아와 시신수습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냉동트럭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루이지애나 등 4개주의 정전 피해 인구는 230만에서 500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복구에는 수 주가 걸릴 것이라고 전력회사들이 경고했다.


폭풍은 북상하며 조지아와 테네시, 켄터키주에도 많은 비를 뿌려 피해를 키웠다.


◇부시 백악관 복귀, 구조복구 본격화 = 조지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로 인한 인적ㆍ물적 피해가 급증하자 휴가 일정을 이틀 앞당겨 31일 워싱턴으로 복귀, 정부 구호활동을 독려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가자마자 연방정부 차원의 구호활동을 조율하기 위해 출범한 백악관 특별대책반 회의를 직접 주재,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설명했다.


피해지역 주지사들도 총 7천500명의 주방위군을 소집하고 현지 행정력을 총동원해 구조복구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피해 현장에는 연료와 발전기를 실은 군용 험비와 트럭들이 투입돼 복구작업에 나섰으며 보트부대까지 침수지역에 급파돼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대는 홍수와 잔해더미를 헤치고 피해현장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경찰은 보트와 헬기를 동원, 지붕과 나무 등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입체 구조작전을 펼치고 있다.


해안경비대도 구조작업에 나서 29일 밤 뉴올리언스에서만 1천200명을 구조하는 등 이제까지 수 천 명의 인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미 적십자사는 29일에만 3만7천여명의 이재민들에게 텐트 등의 임시 거처를 마련해줬으나 수 만 명이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예상했다.


◇국제유가 폭등, 경제피해 확산 = 카트리나가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70.85달러까지 치솟는 등 급등세를 나타냈다.


멕시코만 연안에 집중돼 있는 석유생산 및 정제시설들에 대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피해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리라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백악관이 전략비축유 방출 검토 의사를 밝힌 가운데 에너지부는 일부 정유사들이 전략유 공급을 요청해와 이를 검토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은 260억달러에 달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