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투기 잡으려 '초가삼간' 태울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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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鐵 < 주택산업연구원장 >
지루하고 길었던 지난 8주 동안 정부 여당이 준비한 8ㆍ31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참여정부의 전반기 20여차례 부동산대책은 임기응변식 대책의 연속이라 할수 있다.그러나 이번엔 장기적 안목에서 부동산 대책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8ㆍ31 대책의 주요내용은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조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주택가격은 하락하고 주택시장은 최소한 2006년 말까지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정부가 과거 2년간 수요억제를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을 수요억제와 공급확대 정책으로 전환한 건 적절한 대책이다. 중대형을 포함한 주택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강남 인근 지역에 미니신도시를 개발하는 건 중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특히 국ㆍ공유지를 개발해 토지보상에 따른 주변지역 토지가격 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군시설 이전과 국ㆍ공유지 불하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관계기관과의 협의 절차가 요구된다.
이번 대책의 또다른 핵심은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 세제의 강화다. 양도세 중과는 필연적으로 주택수요를 위축시키고 가격에 전가된다.
일부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양도세를 중과하면 27만6000가구의 다주택자가 일시에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돼 주택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주택가격이 더 하락하리라는 생각으로 관망세가 지속돼 거래가 중단될 것이다.
또한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수요 감소로 집을 지을 수가 없어 주택경기 침체는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다주택자의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사용된다.
다주택자의 양면성이다.
600여만 임차가구의 상당수는 이들이 임대하는 주택에 거주한다.
양도세 중과는 일방적으로 매도를 유도하는 것이다.
다주택소유자를 임대사업자로 유인하는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의 요건을 현재의 2호에서 5호로 강화함에 따라 임대주택의 재고가 감소해 집없는 서민들의 전세금이 오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향후 5년간 50만호의 민간임대주택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나 수익성 부족으로 공급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주택의 과표를 현재의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강화하고 세대별로 합산함에 따라 과세대상은 4만에서 16만 세대로 늘어난다.
과세대상의 48%가 강남이어서 '강남 때리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때 부부합산 과세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세제대책은 부동산 부자들의 버티기 및 서민들의 조세저항과 세입자의 부담증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공영개발도 문제다. 판교에 시행되는 공영개발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민간부문이 공공부문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건 인지의 사실이다. 또한 공공택지에 대해선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가 시행되므로 판교에 한해 공영개발을 시행하는 명분은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즉 개발이익환수 장치가 마련된 현재로선 불필요한 대책이다.
끝으로 이번 부동산 대책은 투기적 수요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저금리와 42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주범이다. 이번 대책에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요약하면 8ㆍ31 부동산 대책은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고려한 대책이란 측면에선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처럼 소수의 투기자를 잡기 위한 대책으로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들의 조세 저항, 세입자의 부담증가와 주택경기의 침체는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