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이 선명하게 갈리는 돌담길을 배경으로 쌍검을 든 여 포교(하지원)와 장검을 쥔 무사(강동원)가 맞대결을 펼친다.
여 포교는 사력을 다해 칼을 휘두르지만 무사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
대조적인 두 주인공의 액션은 점차 사랑의 2인무를 추는 듯 현란한 몸동작을 연출한다.
이명세 감독의 '형사-듀얼리스트'는 사극 추리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액션영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포교들이 위폐범과 역모세력을 잡아내는 과정을 다뤘으면서도 추리와 범인 추적 과정은 거의 생략돼 있다.
영화의 중심에는 여 포교와 무사의 대결,그리고 사랑이 놓여 있다.
대결신에는 춤추는 듯한 액션뿐 아니라 마당놀이식 액션이 등장하고 클래식음악의 행진곡과 오페라 아리아의 선율까지 곁들여진다.
여 포교와 무사 간 사랑의 이중주가 액션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주인공의 헤어스타일과 복장도 사극의 틀을 벗어나 때때로 현대적인 양식으로 표현된다.
두 주인공의 머리는 옛날식으로 땋지 않고 풀어헤쳐져 있다.
여 포교가 입은 누더기 옷은 몬드리안의 회화처럼 화려한 색상과 무늬를 지녔다.
극히 절제된 대사나 어투도 사극 전통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
전작 형사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독창적인 형식미를 평가받았던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재능을 다시 한번 발휘해 새로운 사극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감독은 스타일에 과도하게 집착해 이야기의 감동을 줄이고 말았다.
형식미란 드라마를 받쳐주는 도구로 사용될 때 효과적이다.
액션도 드라마의 흐름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등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이 작품에는 관객들이 원하지 않는 액션이 넘쳐난다.
위폐가 발견되고 범인과 여 포교가 마주치는 도입부가 20분 넘게 이어지는 것이 일례다.
또 수사 드라마의 틀을 무시함으로써 관객들이 주인공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8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