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개헌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초 내년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헌론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단축 발언에 이은 개헌문제 거론을 계기로 조기에 공론화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2선후퇴의 전제로 제시한 '새로운 정치문화'가 단순히 선거제도 개편에 그치지 않고 권력구조 개편 등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구상의 종착역은 개헌인가=노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 가능성과 대통령 국회의원의 임기 조정,중간평가 등 의미있는 얘기를 했다. 모두 개헌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노 대통령의 최종 지향점이 개헌임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중앙언론사 논설·해설책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내각제 문제는 잘못하면 정국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자신이 진력하고 있는 연정문제에 집중할 때라는 의미로,내각제 개헌 가능성은 열어놓은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같아지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라며 "프랑스가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이원집정부제를 택하고 있어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무게는 대통령(5년)과 국회의원(4년)의 임기를 맞추는 쪽이다. 노 대통령이 슈뢰더 독일 총리와 고이즈미 총리의 예를 들면서 언급한 '중간평가'도 내각제에서나 가능하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권력분점을 핵심화두로 삼았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은 일단 내각제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외교 국방(대통령)과 내치(총리)를 분리한 이원집정부제와 4년 임기 후 심판받는 대통령 4년중임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탈당과 임기 포기 등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권 공론화 움직임=대통령의 언급 후 정치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지역구도 타파와 지나치게 경쟁적인 제도에 대해서는 우리가 손을 볼 때가 됐다"며 "여야가 개헌논의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의원도 "내각제 개헌론의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개헌론의 조기공론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내부기류는 사뭇 다르다. 박형준 의원은 "선진화를 위한 개헌문제를 나라의 운명을 걸고 논의하자"고 했고,남경필 의원도 "국회에 개헌연구 기구를 만들어서 논의하도록 하자"고 가세했다. 이재창·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