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조흥 "통합은행 이름 때문에..." 勞勞갈등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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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을 앞두고 시스템 및 감성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통합은행의 이름이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조흥은행 역대 행장들이 은행 이름 사수운동에 나서면서 불거진 통합은행 작명 문제가 노.노 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 역대 행장 및 퇴직 임직원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퇴직동우회 사무실에서 '조흥은행 행명지키기 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이 본부에는 91세의 문상철 전 행장(20대)을 비롯해 조흥은행의 역대 은행장 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108년 전통의 '조흥'이란 이름만은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한측은 이에 대해 "조흥은행 경영실패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전임 행장들이 과연 행명 지키기를 할 명분이 있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통합은행 행명은 통추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통추위 출범을 코 앞에 두고 역대 행장들이 나서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사내 게시판에 성명서를 내고 "조흥의 행명 지키기 운동은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으로 즉각 중지돼야 한다"며 조흥측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신한 노조는 특히 "조흥측의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이 지속되고 그 행동들이 통합추진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신한 노조도 전 직원과 함께 집단행동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흥 노조는 이에 대해 "같은 노조 활동에 대한 표현으로는 매우 적절치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통합은행의 작명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은 2년 전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할 당시 노사정이 서명한 '6.22 합의서'에 은행 이름 문제를 애매모호한 문구로 봉합한 데서 비롯됐다. 이 합의서에는 '통합은행의 명칭은 조흥을 사용하되,통추위에서 결정한다'고 돼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한과 조흥은행이 시도하는 '선통합-후합병' 방식의 뉴뱅크 실험이 성공하려면 통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명이 선정돼야 한다"며 "브랜드 가치가 그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