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56년 '물리학 난제' 해결 .. 나노시대 신기원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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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김현탁 박사팀이 규명해낸 '모트 금속-절연체 전이현상'은 산업분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전류가 잘 통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열감지 소자,형광등 과전압 방지소자 등 거의 모든 전기·전자기기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응용범위가 넓다.
ETRI측은 기술을 상용화하면 앞으로 20년간 100조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하다
전이현상 입증의 최대 효과는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나노 시대에 필요한 특정 크기 이하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쓰는 반도체(실리콘)는 특정 크기 이하로 작아지면 전류가 흐르지 않아 디지털 소재로 이용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앞으로 극미세 나노 시대가 오면 반도체는 지금보다 훨씬 작아져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전류를 금속처럼 잘 흘려주면서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 나와야 하고 이 물질을 이론은 물론 실험으로도 완벽하게 입증해야 한다.
현재 이론상으론 4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억분의 1m)까지 줄일 수 있으나 이번에 규명된 기술을 이용하면 4나노미터까지 줄일 수 있다.
◆물리학의 '신비' 벗겼다
이번에 ETRI 연구팀이 이론적·실험적으로 입증한 물질이 바로 모트 절연체다.
이 절연체는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모트 박사가 가설로 예언한 물질이다.
대표적인 모트 절연체는 바나듐옥사이드,니켈옥사이드,세륨옥사이드 등의 산화물이다.
모트 절연체의 특징은 금속이면서도 전기를 흘려보내지 못하는 부도체라는 점.ETRI팀은 이 부도체를 전기가 흐르는 도체로 만들었다.
여러 나라에서 모트 절연체를 도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한두차례 성공했다고 해도 다시 재현하지 못해 물리학계에 발표하지 못했다.
ETRI팀은 이번에 반복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모트 절연체를 전류가 흐르는 도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정확한 양의 정공을 넣어주어야 한다.
김현탁 박사팀이 제안한 이론은 '정공을 이용한 전이현상 이론 (Hole driven MIT theory)'.
김 박사에 따르면 모트 절연체는 전자가 일정한 거리로 고정돼 있어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즉 쿨롱 에너지(전자끼리 밀어내는 힘)가 너무 커 전류를 흐르지 못하게 하는 부도체인데 여기에 양전하(Hole) 하나를 넣어 고정된 전자들 간의 균형을 무너뜨리면 전류가 흐르는 도체가 된다.
모트 절연체의 장점은 전류를 많이 흘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가 쉽게 타버리는 큰 전류에도 견딜 수 있다. 따라서 모트 절연체로 소자를 만들면 반도체 소자보다 작게 만들어도 더 뛰어난 효율을 낼 수 있다.
◆응용분야 무궁무진하다
모트 절연체로 열감지센서를 만들어 화재감지기 등에 적용할 수 있다.
평소와 달리 고열이 감지되면 모트 절연체가 도체로 바뀌면서 경보음을 내게 하는 방식이다.
커피포트 등 발열기기의 열감지센서나 미사일 추적장치,적외선 카메라 등에도 모트 절연체를 활용할 수 있다.
형광등에 모트 절연체 센서를 달면 이론상으론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모트 절연체는 컴퓨터 휴대폰 계측기 등에서 잡음신호를 제거하는 소자로도 유용하다.
잡음신호가 들어와 전압이 특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이 신호가 모트 절연체로 만든 보호회로로 빠져나가게 유도함으로써 과전압으로 인한 시스템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모트 절연체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모트 절연체 규명이 학문적으로 큰 성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나노 소자로 활용하려면 아직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한 전문가는 "모트 절연체 상용화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