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이후] 송파신도시 '뜨거운 감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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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31 대책'을 발표하면서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송파 신도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책 발표 하루만에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은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도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정부의 강력 추진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줄기차게 제기돼 온 '강남 대체 신도시'를 아예 강남에 지어 고질적인 주택수급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구상에도 불구하고 '제2의 판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 확산되자 벌써부터 '정부 뜻대로 과연 개발되겠느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송파신도시 개발 구상은
정부가 개발키로 한 송파 거여지구는 서울 송파구 장지·거여동과 성남시 창곡동 일대 200만평으로 판교(281만평)에 버금가는 대규모 신도시다.
정부는 이곳에 전용면적 25.7평을 넘는 중·대형 아파트 2만가구와 무주택 서민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등 모두 5만가구를 지어 강남권의 주택 수요를 흡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 중 그린벨트를 해제한 뒤 2007년 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이르면 2008년 하반기 최초 분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반대 여론 왜 확산되나
하지만 송파 신도시 개발 구상이 발표되자마자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정치권 시민단체 사이버공간 등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송파 신도시가 제2의 판교로 전락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 반대론의 핵심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8·31대책 발표 직후 내놓은 논평에서 "판교보다 집값 폭등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이는 신도시를 강남권에 지어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정부가 무분별한 공급 확대책을 앞세워 투기와 집값 폭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남 비대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덩치가 큰 강남권에 신도시를 지으면 결국 강남의 가치가 더욱 높아져 집값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신도시 인근의 송파구 일대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앞장서 보전해야 할 그린벨트를 스스로 훼손한다는 지적까지 겹치는 등 송파 신도시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확산될 조짐이다.
◆진통 불가피할듯
8·31 대책의 히든 카드가 곧바로 역풍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송파신도시 예정지가 100% 국공유지인 만큼 토지 보상금이 주변 부동산값을 밀어올리는 부작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마천동 등 인근 집값이 일부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변 지역 대부분이 그린벨트여서 개발 여지가 별로 없고 남한산성 등으로 막혀 있어 투기 세력이 활개칠 땅도 없는 만큼 제2의 판교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판교의 경우 택지값이 높다 보니 분양가가 높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작용해 분당 등 주변 집값이 올랐지만 (거여지구는) 국공유지인 만큼 되레 집값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반대 여론에 밀려 개발이 늦어졌던 판교와 흡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송파신도시 개발 여부는 결국 정부가 반대 여론을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빨리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