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고가·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크게 올리기로 한 것과 관련,곳곳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 보완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모든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세금폭탄'은 결코 아니며,투기꾼들만을 대상으로 세금 부담을 크게 늘린 '스마트탄(彈)'이라고 주장했지만 애꿎게 피해를 입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강도 세금 인상의 '유탄'을 맞아 20년 이상 살던 서울 강남을 떠나야 할 위기에 몰린 은퇴 노인들,운 좋게 강남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세금 부담으로 강남 입성을 포기해야 하는 월급쟁이 등 평범한 중산층들에게는 이번 조치가 졸지에 가해진 '일격'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주택 관련 세금 인상에 따른 전셋값 폭등은 집 없는 서민들의 허리를 더욱 휘게 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7월 말께 2억5000만원 하던 은마아파트 31평형 전세금이 최근 2000만원 정도 상승했다"며 "매매 시장 위축으로 당분간 전세금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매수를 늦추는 현상이 확산될 경우 수도권 전체에서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20년간 살아온 김모씨(65)의 구현대1차 43평형 아파트 시세는 현재 약 13억원.작년까지만 해도 주택 보유세로 160만원 정도를 냈던 그는 내년엔 약 6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8·31대책으로 당장 내년에 50% 상한선이 200%로 올라가고 과표 적용률도 현재 50%에서 70%로 뛰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대로 오는 2009년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이 1%까지 올라가면 김씨가 한 해 동안 내야 하는 아파트 보유세는 1000만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별한 소득 없이 은행예금과 주식 간접투자 상품에 각각 2억원과 1억원을 넣어 놓고,한 달에 200만원 정도씩 생활비로 빼서 쓰고 있는 김씨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또 갑자기 늘어나는 보유세 때문에 꿈에 그리던 강남 입성을 포기해야 하는 월급쟁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정모씨(42)는 지난 2003년 강남구 도곡주공 재건축 아파트 33평형을 분양받아 내년 2월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8·31대책으로 입주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현재 분양권 시세가 12억원인 이 아파트에 들어갔다간 앞으로 매년 1000만원 이상의 보유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내 연봉이 5000만원인데 연봉의 20%를 보유세로 내라면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며 "아이들 교육을 위해 정말 잘 됐다 싶었는데,결국 분양권을 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