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의 경제기사 돈되게 읽기]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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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이변과 같은 천재지변은 인명 희생과 재산 피해로 인류에게 피할 수 없는 재앙을 안겨주며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천재지변은 경제적으로 보면 오히려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
전세계가 공급과잉에 빠진 상태에서 경기 침체의 탈출구는 오직 소비 부양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한계 때문에 어떤 빌미로든지 소비가 늘게 되면 경기회복에는 도움이 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한다.
지난주 발생한 미국 동남부의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는 9·11테러에 버금가는 피해로 인도적으로는 큰 아픔이지만,경제적으로는 오히려 순기능 역할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천재지변의 경제적 효과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당연히 피해자를 구제하고 사회 기반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돈이 풀린다.
한국의 경우 태풍 피해가 커지면 정부는 추가 예산을 편성해서 수해 복구에 나섰고,피해자들도 집을 수리하거나 고장난 내구소비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내수 경기가 일시적으로 좋아졌던 경험이 많았다.
미국에서는 9·11테러 당시 극단적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진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세금을 깎아주자 미국 경기는 바로 상승 국면에 진입하기도 했다.
또한 천재지변은 소비증가 뿐 아니라 경제 전 분야에도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재해 복구비 마련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면 금리가 오르게 되고 물가도 농산물을 중심으로 상승한다.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는 카트리나
이번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이런 일반적인 기상 재난과 같은 영향 뿐 아니라 유가라는 가장 중요한 경제 변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많은 정유사들이 조업을 중단했으며,생산 차질과 미국 원유수입의 60%에 이르는 멕시코만 항구의 파손으로 중장기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에 카트리나가 주목받는 것은 고유가로 세계 경제의 주름살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의 유전,정제시설,수입항구가 습격당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름철 휴가시즌이 지나면서 휘발유 재고가 낮아지는 시기라는 계절적 특성,그리고 미국의 부족한 석유 정제능력 때문에 높은 가동률을 보이던 상황에서 정제설비가 멈춰섰기 때문에 유가에 대한 영향은 매우 크다.
또한 카트리나는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8월 수입이 무려 21%나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17억달러 흑자로 지난 상반기의 월 평균 21억달러에 비해 흑자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원화 환율은 안정시키고 있다.
◆카트리나의 순기능과 역기능
낮은 원유값 유지를 위해 석유 가격에 보조금을 지급하던 인도네시아 경제가 고유가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한경 8월31일자 국제면 참조).그동안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견조한 성장을 보여왔지만,인도네시아가 처음으로 고유가에 '백기'를 들 정도로 고유가의 피해가 점차 확산될 수 있는 임계 가격에 유가가 가까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미국은 9·11테러 이후 무려 7억배럴이나 쌓아 놓았던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했다.
그리고 상업 재고도 3억2000만배럴에 달해서 현재 미국의 원유 비축량은 충분한 상태다.
그리고 고유가에 따른 경기침체와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상도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예측으로 미국의 금리는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국제 투기꾼들도 점차 석유 비수요기에 진입하면서 현재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판단 때문인지 원유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를 크게 낮추고 있다.
◆지금보다는 연말 유가에 관심을 둬야
일부에서는 카트리나에 의한 고유가로 한국의 올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에 대비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또한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순에너지 수입액 비중은 1980년대 초반 11%대에서 지금은 6%대로 낮아진 상태다.
IT(정보기술)산업 등 에너지 소비가 적은 신(新)경제가 경제의 중추가 되면서 원유 가격에 내성이 높아진 상태다.
또한 대체에너지 개발과 원유 생산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유가는 시간의 문제일 뿐 점차 안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년 전 경제학으로 지금 유가를 보면 우리 경제는 절망적이다.
그러나 허리케인은 지나갔고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가을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가 고유가에 두려워하는 지금,일본 주가가 최고가 수준에 있는 것은 일본투자자들이 좀 더 멀리 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