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노려보는 눈빛이 살아있다.
목표물인 3번 공과의 각을 잰 후 큐대를 앞뒤로 가볍게 움직인다.
결정은 한순간.'탁' 소리와 함께 3번 공은 깨끗하게 포켓(구멍)으로 떨어지고,수구(흰공)는 다음 4번 공을 치기 좋은 자리에 와 있다.
5번·6번도 클리어.아무리 계산해도 '각이 안 나오는' 7번 공은 포기.대신 흰공을 상대방이 가장 치기 어려운 곳에 놓은 채 다음 턴을 기약한다.
"정말 어렵네."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다음 선수가 나선다.
홍익대 인근 당구장 '메카'에서 나인볼을 즐기고 있는 포켓볼 클럽 '스파크' 회원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일반적으로 포켓볼을 즐기는 사람들은 자기 공을 포켓에 넣는 데 급급하죠.'디펜스(수비)'라는 개념에는 익숙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디펜스는 룰입니다. 치사하다고 생각하면 안되죠."
클럽 회장 김성대씨(35)의 설명이다.
"클럽 회원들끼리는 주로 나인볼을 칩니다. 포켓볼에는 에이트(8)볼,포틴 원(14/1),볼라드 등 종류가 많지만 세계대회 등을 보면 나인볼이 대세죠."
나인볼은 1번 공부터 9번 공까지 차례로 포켓에 넣는 것.중간에 공을 넣지 못하거나 파울을 범하면 다음 사람에게 차례가 넘어간다.
선수급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런아웃'(처음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 9번 공까지 모두 성공해 상대에게 차례가 돌아가지 않는 것)을 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자기 차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또 공을 넣기가 여의치 않을 때는 상대편을 방해하는 플레이(디펜스)를 해야 한다.
일반인이 주로 치는 것은 에이트볼.1~7번 색공(솔리드)과 9~15번 띠공(스트라이프)을 나눠 자기쪽 공을 포켓에 먼저 다 넣고 마지막으로 8번 공을 넣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스파크는 1996년 유니텔의 '유니포'라는 포켓볼 동호회에서 출발했다.
올해로 10년째.매주 토요일 꼬박꼬박 정기모임을 열고 있다.
실력에 따라 S+급·S급·A+급…식으로 D급까지 회원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매주 일요일에는 토너먼트로 랭킹전을 열고 회원의 등급을 조정한다.
"잘 치려면 이미지포인트가 중요합니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두 개의 공이 만나는 점은 단 하나입니다. 그 '한 점'을 찾아 적절한 힘으로 쳐야 포켓에 공이 들어가는 겁니다."
김 회장의 포켓볼 필승전략이다. 사구나 스리쿠션의 경우 맞힐 때의 두께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포켓볼은 이미지포인트에 집중해야 이길 수 있다는 것.
옆에 있던 회원 김우재씨가 "포켓볼 클럽이라고 해서 사구나 스리쿠션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인볼은 할수록 어렵고 재미있다"고 거든다.
대학생인 김씨는 "방학 때는 거의 매일 당구장에 나와 출석 도장을 찍는다"며 웃었다.
그렇게 재미있냐고 묻자 "쳐보면 알아요"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포켓볼의 즐거움은 아무래도 '탁' 소리가 나면서 시원하게 공이 포켓에 가서 꽂히는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회원 곽동준씨는 "집중해서 치다 보면 탁 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곽씨는 자신이 너무 포켓볼에 빠지는 것 같아 취미를 바꿔보려고 인라인스케이트나 사진촬영 등에 관심을 가져봤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포켓볼로 돌아왔단다.
그는 "잘 치면 주위에서 칭찬을 해줘 그 재미로 계속 빠져들게 된다"며 다시 큐대를 잡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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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가면 당구장에서 큐대 등 일체를 빌려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당구비는 테이블당 10분에 1200~1500원 선.'스파크'는 매주 수요일 홍대 근처 당구장 '메카'에서 초급·중급·상급자를 위한 강습을 한다.
A+등급 이상인 고수 회원들이 강습을 맡는다.
클럽 홈페이지 http://spark1.cy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