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시장은 예상대로 '8·31 대책'의 쇼크가 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서는 거래가 끊기면서 중개업소들이 속속 폐업하고 있다. 대토(代土)를 겨냥해 선취매가 일어났던 곳에선 '돈만 물리게 됐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매매는 완전히 끊겼고 일부 지역에선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 불안한 중개업소들은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동향을 파악하거나 의견 나누기에 바쁘다. ◆파주·연천·철원권 매기 완전히 끊겨 파주지역에선 한 달 전부터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파주의 풍선 효과로 지난 1년반 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연천·철원지역도 보름 전부터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거품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겹쳐 나오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중개업소들은 발을 빼기 시작했다. 연천·철원지역으로 진출했던 일산권 중개업소들은 손님이 끊기자 속속 철수하고 있다. 파주시 월롱면 LG공인 이원식 사장은 "너무 난해한 대책이어서 토지를 장기간 거래한 전문가들조차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상황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아산 대토 수요자마저 관망 천안·아산지역에선 최근 삼성전자 LCD공장 사업부지와 청수지구 등의 보상금이 풀리면서 큰 돈을 손에 쥔 원주민들이 상당수다. 이들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대토 매입에 나서면서 좋은 땅은 꾸준히 매매가 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토 수요자들마저 관망세로 돌아섰다. 시장 전망이 너무 어두워 섣불리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천안 집보아공인 배점숙 사장은 "보상금이 워낙 많은 지역이다 보니 그동안 정부의 땅투기 대책이 나올 때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관망 분위기가 완연하다"고 전했다. ◆태안·당진 중개업소 철수 러시 태안의 경우 기업도시 호재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지난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호가를 낮춘 매물이 늘고 있다. 덜컥 매입했다 잔금을 치르지 못해 분쟁이 생기는 물건도 나오고 있다. 거래가 끊기면서 중개업자들의 폐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태안군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부터 외지에서 들어왔던 중개업소들이 무더기로 폐업 신고를 내고 있다. 당진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시장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끊기다시피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주변 '묻지마' 투자자들 긴장 행정중심복합도시와 대전 서남부신도시 보상금을 재료로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보은·영동 등 그동안 특별한 개발재료도 없이 가수요자들이 몰렸던 지역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이들 지역에선 중개업소들이 대토 수요를 들먹이며 분위기를 띄웠었다. 영동지역에 진출한 A공인 관계자는 "중개업소들이 한탕 노리고 발빠르게 물건 잡기에 나섰지만 자칫하다간 손님들에게 큰 원망을 듣게 생겼다"고 말했다. ◆8·31 대책 한계 지적도 공장 등 취득 목적을 명확히 하면 토지거래 허가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아 실수요와 투자를 겸해 토지를 취득하는 이들이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또 계약서에 실제 매매가보다 낮게 기재하는 다운계약서를 쓰는 것이 가능해 세금 폭탄을 피해갈 수 있다는 중개업자도 있었다. 매입하는 사람 입장에선 취득·등록세를 줄이기 위해서,사는 사람 입장에선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서 매매가격을 낮게 쓸 것이라는 얘기다. 토지의 경우 매매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적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