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저울로 달아서 kg당 3.5달러에 팔더라.20인치는 40kg쯤 나가니까 140달러(14만원) 정도다. 중국이랑 가격으로 싸워서 되겠는가. 새로운 세계표준 기술을 빠르게 확보해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한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2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중국 정보기술(IT)산업 대응전략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 후원으로 열린 이 행사는 중국 IT산업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진 장관을 비롯해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서승모 한국IT벤처기업연합회장,김형순 로커스 사장 등이 참여,열띤 토론을 벌였다. "중국은 거대한 코끼리다","IT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기술 수준이 우리 턱 밑까지 쫓아왔다"….주제발표자로 나선 진대제 장관,정구현 소장 등은 표현은 달라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 IT산업이 급성장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가격 경쟁은 무의미하다","아직도 낮은 가격이 두렵다고 말한다면 난센스다"는 말도 나왔다. 지난 7월 정통부 간부들과 함께 중국 IT 현장을 둘러보고 온 진 장관은 중국 위협 요인을 몇 가지로 구분해 설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후진타오 정부가 IT에 눈을 떴다는 점을 꼽았다. 진 장관의 설명은 이렇다. 후진타오 주석은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도 IT산업을 중시한다. IT산업의 연평균 성장률 목표를 20~30%로 정해 놓고 밀어붙이고 있다. 2010년까지 IT산업을 중국 최대 기간산업으로 키우는 게 후진타오 정부의 목표다. 진 장관은 "한국과 중국이 추구하는 미래전략산업이 거의 일치해 세계 시장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형세"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중국이 '챔피언'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테크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거나 합작 등을 통해 기술을 확보,가전이나 노트북과 같은 일반 전자제품 분야에서는 한국과 기술차가 없다고 지적했다. 칭화대학은 일종의 지주회사가 돼 주변에 많은 IT 기업을 세우거나 유치하고 있고,베이징과 상하이·푸둥,주장에 첨단 클러스터를 조성해 IT산업의 머리(연구개발단지),몸통(하이테크 집중화단지),손발(IT산업 제조기지)로 만든 것도 위협 요소라고 진 장관은 덧붙였다. 정구현 소장은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돼 한국이 발 밑에서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발 컨테이너 등 과거 주력 산업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고 이젠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은 물론 가전 PC 등 첨단 분야에도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LCD 부문,쌍용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중국 기업에 넘어간 후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중국이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본부나 세계본부로 부상한 점도 위협 요소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외국 자본의 중국 직접투자는 2000년에 390억달러이던 것이 2001년 510억달러,2002년 520억달러,2003년 550억달러,2004년 700억달러 등으로 급증했다. 중국 IT산업 급성장에 따른 우리의 대응 방안으로는 '치타론' '지정학적 윈윈론' '기술주도론' '중국 리스크 대비론'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진 장관은 '치타론'을 내세웠다. IT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사이즈'(크기)가 아니라 '스피드'(속도)라는 것이다. 치타처럼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켜야 밀고 들어오는 코끼리 떼를 따돌리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진 장관의 '스피드-소프트(Speed-Soft)' 방안이다. 그는 이미 일부 상용화한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이나 내년 중 상용화할 와이브로(휴대인터넷)와 같은 첨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한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가깝다는 점은 우리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면서 "경쟁과 협력을 적절히 구사한다면 돌파구를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팬택 레인콤 넥슨처럼 중국 투자를 늘려 현지에서 직접 경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